누구나 그런 날이 있다. 기분 좋게 준비를 하고 외출하더라도 생각하지도 못한 문제가 생기고 모든 일이 꼬여버리는 최악의 날. 영화 <최악의 하루>는 복잡한 하루에 지쳐버린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배우 지망생인 은희(한예리 분)는 남자친구인 현오(권율 분)를 만나러 가는 길에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 분)를 만나게 된다. 은희는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의사소통이 되는 그에게 길 찾는 것을 도와준다. 서로가 헤어지고, 영화는 두 사람의 하루를 보여준다. 남산에 도착한 은희는 현오를 기다리면서 트위터로 멘션을 남기고 전에 만났던 남자인 운철(이희준 분)은 그 멘션을 보고 그녀를 찾아온다. 현 남자친구와 전 남자친구를 한 장소에서 마주치게 된 은희는 심각한 상황에 괴로워한다.
세 남녀는 서로에게 진심이었다고 토로하지만, 사실 그들은 항상 진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현오는 은희와의 데이트 도중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부르고, 은희도 현오를 만난지 1년 되는 해 운철과 바람을 피웠다. 은희는 료헤이와 현오, 운철을 대할 때 성격과 태도 심지어 말투까지 바꾼다. 그러나 그들의 거짓된 모습이 의도된 것은 아니다. 단지 상대방에 따라 기대하는 모습이 있기 때문에 그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 속의 등장인물처럼, 우리는 항상 모든 사람에게 한결같이 진실된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소설가 료헤이는 자신의 직업을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소개한다. 은희의 직업인 배우지망생도 가짜를 꾸며내는 일이다. 주인공을 그려내거나 연기를 하기 위해 가짜를 만들어야만 하는 그들의 직업을 통해, 영화는 현실 속 우리들이 가지는 거짓된 면모를 묘사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가짜로 꾸며낸 모습들 때문에 일이 꼬이고 힘들어 한다. 은희도 운철과 만날 때는 사랑의 실패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현오를 만날 때는 쾌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다가 은희는 동시에 두 남자와 마주치게 되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힘들어 하고 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사회생활하면서 항상 자신의 진짜 모습만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
료헤이의 팬 현경(최유화 분)이 료헤이에게 건네는 말에서 영화는 최악의 하루를 보낸 사람들에게 담담하게 위안을 준다. “왜 주인공에게 그렇게 잔인하죠?”라는 말은 오늘을 최악의 날로 단정 짓는 사람들에게, 그날 하루를 다른 시선으로 생각해보도록 하고 있다. 항상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그려나갔던 그는 이제 주인공에게 너그러워지기로 한다.
우리도 하루를 살아가다보면 친구나 애인, 직장 상사 등의 사람들을 대할 때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가식적이고 나쁜 일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태도와 행동들이다. 사람이 잘못된 게 아니라 관계가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때때로 그런 다중적인 태도가 하루를 힘들게 할 때도 있다. 하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그런 일은 다 지나가있다. 그리고 그 꼬인 일에만 집중하느라 사소한 즐거움을 놓쳤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 <최악의 하루>는 자신의 하루가 제대로 풀린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가까이 보면 비극인 것이 멀리서 보면 코미디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