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시장
장성시장

   우리 학교 북문에서 5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는 ‘장성시장’이란 전통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점포가 비어있는, 죽어가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의 발걸음이 점점 잇따르면서 새로운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장성시장으로 청년들이 모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값싼 월세는 그들이 시장을 찾게된 첫 번째 이유였다. 하지만 장성시장의 매력은 그뿐만이 아니다. 먼저 장성시장은 주변 대학의 인근에 있어 대학생들이 찾아오기 쉽다. 또한 다양한 콘텐츠가 함께 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형태도 한몫한다. 처음 장성시장에 숨을 불어넣었던 대안문화행동 재미난 복수 김건우 대표는 “처음 우리가 들어온 후,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옆 점포에서 자신들의 문화를 생성하게 됐다”며 “혼자 시작하긴 무서워도 옆에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히파히파’의 주인은 ‘개인의 취함’의 손님이었고, ‘라라관’ 주인도 ‘나유타카페’의 손님이었다. 현재 장성시장의 2동짜리 낡은 상가건물에는 더 이상 빈 점포가 없다. 죽어있던 장성시장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곳들은 과연 어떤 곳일까?
 
 
히파히파하며 한 잔, 나만의 취함을 위해 두 잔! 
 
  특별한 술 한 잔을 하고 싶다면, 칵테일 바 ‘개인의 취함’과 하와이안펍 ‘히파히파’를 방문하면 된다.
 
  코나 맥주를 파는 히파히파는 공간 가득 하와이의 향이 물씬 풍긴다. 하와이를 가보진 못했지만, 히파히파를 통해 하와이를 가겠다는 허유진 대표의 다짐이 분위기를 더욱 하와이스럽게 만들었다. 식음료 행사 아르바이트를 하다 예쁜 맥주가 맛도 좋다는 것을 알게 된 허유진 대표는 “하와이를 아직 가보지 못한 사람도 하와이 바다에 온 듯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곳에는 특별한 구호도 존재한다. 바로 가게 이름 그대로 ‘히파히파’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하와이어로 ‘건배’를 뜻하는 히파히파를 외치며 즐겁게 술을 마실 수 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히파히파 옆집에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술을 추천해주는 ‘개인의 취함’이 자리하고 있다. 개인의 취함은 개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좋은 술을 알맞은 가격에 마실 수 있는 칵테일 바이다. 황지용 대표는 “개인이 취하는 시간과 기분은 다 따로 존재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다 똑같은 술과 안주, 원하지 않는 대화로 취하게 된다”고 전했다. 다양한 칵테일을 만들어 줄 테니 정말 원하는 만큼 마시고 취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것이 개인적인 선택에 이뤄지길 위해 태어난 곳이 개인의 취함인 것이다.
 
  개인의 취함에서는 ‘일요 양주 학교’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술에 대해 잘 몰라서 잘 마시지 못했다면 술의 개념을 알고 어떻게 먹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음주인지 애술가 황지용 대표가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와이안펍‘히파히파’ 
칵테일 바‘개인의 취함’ 
 
나랑 같이 스피커 만들래요?
 
  ‘비크리에이티브랩(BE creative LAB)’(이하 비랩)의 태생은 IT를 하던 곳이었지만, 언젠가부터 드릴이 가득한 목공소 형태의 작업실이 꾸려졌다. 나유타카페를 통해 장성시장을 알게 됐다는 비랩 이건 대표는 “문화예술 관련 사람들이 입주해있단 이야기를 듣고, 나 역시 이런 곳에 있어 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시각디자인 일에서 스피커를 만드는 일을 주력으로 하려니 작업실이 필요했고, 그때 떠오른 것이 ‘장성시장’이었다.
 
  현재 비랩은 나무란 소재로 블루투스 스피커를 만드는 작업실로 사용되고 있다. 곧 이곳은 작업실뿐만 아니라 스피커의 제작 방법을 공유하는 공간으로도 사용될 예정이다. 이건 씨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일 공간도, 모임도 없었다”며 “독학으로 블루투스 스피커를 만들면서 생긴 시행착오를 공유해보고 싶었다”며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비크리에이티브랩’작업실 
 
라라관에서 맛보는 진짜 사천요리
 
  산둥어 사투리로 ‘수다 떨다’라는 의미의 ‘라라’, 맵다의 중국어인 ‘라’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천요리전문점 ‘라라관’. 이름과 가게 분위기가 이렇게 딱 맞아 떨어질 수가 없다. 지난 1일 방문한 라라관안에서는 요리사와 손님의 수다는 끊이질 않았고,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돌게 하는 사천요리는 ‘라라’의 이름을 되새길 수 있었다.
 
  라라관 김윤혜 대표는 과거 북경 교환학생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라라관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윤혜 대표는 “당시 먹은 사천요리가 한국에도 없었고, 부산대학교에는 더욱 없는 것을 보고, ‘중국인 유학생의 고향 맛을 고취시킬 수 있겠다!’란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 생각은 김윤혜 대표가 요리를 배우러 사천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오르게 만들었고, 작년 11월에 정통 사천요리전문점 라라관이 오픈하게 됐다.
 
  장성시장 내에 위치한 ‘밀실드 라라관’과 ‘살롱드 라라관’은 현재 개발 중이다. 밀가루 연구실인 밀실드는 대기가 길어질 때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 역할을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차 수업도 진행하며 베이킹도 가능하도록 변신할 예정이다.
 
사천요리 전문점‘라라관 
 
맛있는 비건채식을 먹고 싶다면
 
  동물성 성분은 가죽마저도 쓰지 않는 비건 카페가 장성시장에 있다. 바로 무국적 비건채식 카페 겸 식당 ‘나유타카페’다. 산스크리트어로 ‘모든 것을 품는다’란 ‘나유타’는 국적과 하는 일이 다른 세 명의 일일 점주부터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품고 있는 비건채식 카페다. 일본 도쿄에서 온 금·토요일 점주 나까 씨는 “부산에서 채식하는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못 먹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파서 내가 직접 요리해보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나유타카페는 일반 식당과 달리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일일점주가 돌아가면서 운영을 하기 때문에 매번 다른 메뉴로 손님을 맞이한다는 점이다. 또한 카페는 한 달에 두 번, 비건 채식 요리 수업도 진행한다. 비건이란 단어도 생소하고, 채식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싶단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다. 나까 씨는 “채식을 하면 맛이 없다 등의 편견을 바꾸고픈 마음이 있었다”며 “비건 문화를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비건채식 카페‘나유타카페’ 
 
문 여는 순간 시작되는 아스트로북스의 이야기
 
  독서의 계절 가을에 셀렉티드북샵 ‘아스트로북스’의 첫 페이지가 넘겨졌다. 아스트로북스의 김희영 대표는 “책 사는 것을 좋아했고, 자신이 구매한 책을 타인에게 파는 것이 재밌어 보였던 것 같다”며 책방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주제를 가지고 있는 서점은 아니고 주인의 관심 분야 또는 작가의 책들을 판매하는 서점. 5평 남짓한 공간에 아스트로북스의 책장은 책방 주인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이는 서점의 이름부터 드러난다. 김희영 대표는 “아스트로북스는 개인의 서재를 노출하는 정도의 일 일지도 모른다”며 “그럼에도 한 개인에게 우주의 스케일을 찾아낼 수 있다”고 ‘아스트로(Astro)’의 의미를 설명했다.
 
  서점의 입구에 들어서면 철제 책장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위층의 칸은 아스트로북스 추천 책이다. 김희영 대표는 “최근 읽었던 책 중 좋았던 것들을 추천하고 있다”며 “단골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길지 않은 주기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셀렉티드북샵‘아스트로북스’ 
 
장전동 숨겨진 보석을 찾아라
 
  장성시장 외에도 장전동의 곳곳에는 문화예술이 진행되는 곳이 많다. 하지만 이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 또는 문화예술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이 접근하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곧 문을 열게될  ‘히든잼(hidden gem)’으로 찾아오면 된다.
 
  재미난 복수가 운영하는 히든잼은 지역 아티스트의 앨범 및 책 등을 유통함과 동시에 장성시장의 안내소 같은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영어단어 그대로 장성시장과 문화예술 속 숨겨진 보석들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문화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어울려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 재미난 복수의 목표. 김건우 대표는 “어딜 가면 내가 알고 싶을 것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까의 답을 히든잼에서 찾을 수 있다”며 “이 장소가 새로운 아지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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