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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그 시절, 연극보다 지독했던 현실의 이야기
  • 주형우 문화부장
  • 승인 2016.09.04 00:28
  • 호수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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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흔히 어떤 극적인 장면을 보며 ‘영화나 드라마같은 이야기’라고 표현하곤 한다. 그만큼 현실에서 발생했다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드라마같은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일본제국주의에 의하여 식민통치를 당한 35년간의 현실. <유랑극단>은 당시 우리나라의 현실을 연극에 빗대어 보여준다.
  어느 날,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고된 사람들이 살던 마을에 유랑극단이 도착한다. 자신들의 연극을 길거리에서 홍보하던 그들에게 마을 사람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보낸다. “청년들은 징병되어가고, 사람들은 한 끼도 먹고살기 힘든데 연극은 사치”라며…. 극단배우들과 사람들 간의 논쟁이 거세지자 곧 일본순사가 등장한다.
순사는 배우들에게 통행증을 요구한다. 그러던 중 현실과 연극을 구분하지 못해 연극배우같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영진이 순사의 심기를 건드린다. 영진이 연극대사를 외치며 꺼낸 나무칼은 연극에 관심이 없던 순사에겐 무기로 보였다. 결국 일본순사는 연극허가증이나 통행증이 없는 그들을 경찰서로 데려간다. 경찰서장은 경찰서에 온 유랑극단에게 자신을 위한 연극을 선보이면 허가증을 내주겠다고 말한다.
  연극 <유랑극단> 은 당시 현실 속에서 흔히 보일법한 민중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을 욕먹으며 결국 일본 고문관이 되어버린 박살제. 독립운동을 하는 아들 갑수를 감옥에 보낸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잡혀간 갑수보다는 그가 오히려 자백을 하지 않을까하며 걱정하는 그의 동료. 무대 위 배우들이 연기한 그들의 모습은 현실이라기엔 너무 비현실적이었고, 비현실이라기엔 너무 현실적이었다.
  작품 속 등장했던 영진은 현실과 연극을 구분하지 못했다. 연극의 어느 한 장면, 한 소절을 보여주면 곧바로 그 연극을 재연해낸다. 관객들은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영진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린다. <유랑극단>은 이러한 영진의 모습을 통해 주제를 전달한다. 현실이 오히려 연극같던 그 시절, 연극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비정상처럼 보인 영진이 결코 비정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돈이 없어 한 끼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청년들은 징병되어가버리는 그 시절의 현실은 연극속에서나 보일 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연극같던 현실을 살아가는 영진은 결국 현실 속 마을에서 생긴 문제를 연극이라는 예술로 해결한다. 자신 속에 가득 찬 광대, 그가 항상 외치던 연극 대본, 장면들은 마을사람들에게 다시 희망을 준다. 그를 통해 연극을 보는 관객들은 느낄 수 있다. 쇠칼이 아닌 나무칼로도, 전쟁이나 싸움이 아닌 예술로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연극이 끝나고 커튼콜이 진행되자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다.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나오자, 땀으로 젖은 배우들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연극을 본 김종민(대기환경과학 13) 씨는 “전문 연극배우들이 아니다보니 생기는 어쩔 수없는 미숙함들이 보이긴 했다”며 “그럼에도 개성 넘치는 각각의 캐릭터들 덕분에 연극을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극예술연구회의 <유랑극단>이 열리는 10·16기념관에서는 극예술연구회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 3일 모든 연극 일정이 끝났지만, 여전히 무대에는 지난 2달간의 배우들의 땀과 열정이 남아있다. 극예술연구회 박수홍(통계학 12) 회장은 “두 달동안 작품을 같이 준비한 사람들 모두 고생했다”며 “힘들게 준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좋았고, 앞으로 좋지금의 경험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주형우 문화부장  sechkiwkd11@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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