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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디?
  • 최원석 과학 교사
  • 승인 2016.08.28 03:25
  • 호수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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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진이(김환희 분)의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라는 대사와 함께 많은 패러디를 쏟아냈던 영화 <곡성(哭聲)>. 평단의 호평과 달리 관객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단순히 오컬트 무비로 본 사람들에게 <곡성>은 평범한 B급 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미끼를 물지 않은 관객에게는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게 하는 잘 만든 영화로 느껴진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호불호가 갈리듯 우리 사회의 많은 현안은 어쩌면 정답이 없는 선택의 문제들이다.
<곡성>에서 살인자들은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주변에 있는 사람을 공격한다. 경찰인 종구(곽도원 분)는 사건 현장에서 피범벅이 된 채로 죽은 사람과 멍하니 있는 범인을 보고 섬뜩함을 느낀다. 사건을 조사하던 종구는 자신의 딸도 같은 증세를 보이자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게 된다. 결국 무당과 신부를 찾게 되고, 다른 범인들처럼 두려움에 휩싸여 분노와 공격성을 드러내게 된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관객들도 누가 귀신인지에만 관심을 둘 뿐 정작 중요한 사건의 본질을 파헤칠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귀신이나 악마가 영화의 내용을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디에도 악마가 실존한다는 증거는 없다. 결말 부분에 일본인이 악마처럼 묘사되지만 그것도 젊은 신부의 믿음일 뿐 진실은 아니다. 증거라고는 그것을 봤다고 믿는 그 사람의 믿음뿐이다. 영화에서는 사건의 본질을 독버섯에 의한 환각이라고 살짝 정보를 흘린다. 사실 환각물질에 의한 집단적인 광기는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의 주요한 원인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오래된 호밀 속에든 맥각곰팡이의 환각 성분으로 인해 집단 광기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곡성>에서도 독버섯의 환각작용으로 인한 집단광기가 연쇄 살인으로 이어진다.
놀라운 것은 이것 또한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광기를 부리는 것은 귀신이나 독버섯과 같은 환각제가 있어야 한다고 여기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히스테리(hysteria)가 집단으로 발생하면 광기로 표출되기도 한다. 1691년 미국 매사추세츠의 세일럼에서 마녀사냥으로 19명의 주민이 처형되었다. 마을의 소녀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경련이나 발작을 일으키면서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마녀로 지목된 사람들은 증언 외에는 아무런 증거도 없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처형했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떠난 사람들에게서 발생한 이 종교 탄압적인 사건은 지금도 부끄러운 미국의 역사로 남아있다. 히스테리는 정신과에서 전환 장애로 분류된다. 전환 장애의 경우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을 진찰해도 별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 꾀병으로 오인할 수도 있지만 아픈 척 연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꾀병과는 다르다. 그래서 귀신 들렸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집단 히스테리는 중세 수도원이나 아시아의 엄격한 규율을 가진 학교처럼 억압된 상황에서 종종 발생한다. 또한 갑작스러운 위협이나 공포가 닥쳤을 때에도 집단적 히스테리가 일어난다. 일단 잘못된 믿음이 형성되면 그것은 수정되지 않고 계속 잘못된 판단으로 사람을 이끌게 된다. <곡성>에서도 집단 히스테리와 미지(未知)의 공포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인 두려움이 집단적 분노나 폭력으로 이어졌다.
질병이나 방사능, 전자파 등 명확한 결론을 내기 어려운 문제는 자칫하면 괴담으로 변질되어 상처만 내기 쉽다. 광우병,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송전탑과 사드 등의 문제에서 정부나 관련 전문가의 말처럼 그것으로 인해 국민이나 지역 주민이 겪는 피해가 적을 수도 있다. 아마도 흡연이 이러한 위험요인보다 국민건강에 더 큰 해가 될 것이다. 문제는 위험 확률이 낮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미지의 위험에 대해서는 훨씬 더 큰 공포를 느끼며, 이것은 조금만 건드려도 분노로 변질된다. 따라서 주민들의 공포를 이해하고 그들과 대화를 통해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경제와 안보가 중요한지는 누구나 다 안다. 그렇게 중요하니 대화를 하자는 것 아닌가? 

최원석 과학 교사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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