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동안 타 도시에 살다가 부산에 왔다. 처음 부산에 왔을 때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인도가 너무 좁다는 것이었다. 폭도 좁고 보행자도 많았기 때문에 의식 못 하고 살았는데, 이번 취재를 하면서 깨달았다. 좁은 거리를 더 좁게 만드는 불법 입간판이 학교 앞에 늘어서 있다는 것을.
부산시는 2년 연속으로 행정자치부에서 주관하는 ‘불법 광고물 정비 평가’에서 최우수 지역으로 선정됐다. 선정 기준으로는 △미관저해 노후간판 교체사업 △간판 시범 거리 조성사업 △특정 구역 재정비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부산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행자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인도에는 불법 입간판, 에어라이트가 장애물처럼 늘어서 있고 보행자들은 이를 피해 길을 가고 있었다. 행인들과 입간판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지언정, 항상 그곳에 있었기에 아무도 입간판을 치울 생각도 못 한 채 그저 피하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 학교 앞이 이렇게 불법 옥외광고물들로 가득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는 금정구청의 안일한 대처다. 필자가 금정구청 도시안전과 관계자를 취재했을 때 그는 “부산대 앞은 관행적으로 입간판을 허용해주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 도로 공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는 입간판 설치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서는 국공유지에 대한 입간판 설치를 금하고 있고, 부산시 옥외광고물 관련 조례 또한 마찬가지다. 법률과 조례에서 금하고 있는 사항을 구청에서 ‘관행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 이상했다. 그 관행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업주들의 광고를 위함이라면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만든 법률과 조례를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금정구청은 시민보다 업주들이 먼저인 것인지 궁금했다.
두 번째 문제는 단연 상가 상인들이다. 전문가와 구청 직원들 모두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 상인들의 욕심이었다. 간판 시범거리를 조성하다보면 기존 불법 간판보다 작아진 표준 간판 크기에 항의하는 상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주변의 다른 가게보다 더 눈에 띄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그 절박함은 십분 이해한다. 과태료를 물더라도 불법 옥외광고물을 여럿 가져다 놓는 이유가 본인들의 생계 때문임을 안다. 하지만 그들의 욕심만큼이나 커진 광고판은 시민들의 불편함도 키울 뿐이다. 태풍이 불면 떨어져 시민을 위협하는 무허가 간판들이나 여기저기 널려있어 보행에 불편을 주는 불법 입간판은 없어져야 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업소의 겉모습에 욕심내기 보다는 내실에 더 신경써야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다.
오늘도 불법 옥외광고물들이 거리 위에 혼잡하게 뒤섞여있다. 광고물은 광고물답게 시민을 위협함이 아닌 홍보를 해야 하고, 구청은 구청답게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지켜줘야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법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기 전까지는, 쾌적하고 깨끗한 부산시 내 거리 만들기는 요원해 보인다. 

손지영 기자
sonmom@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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