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기획
동시대를 살아간 두 작가, 희극과 비극을 넘나들다
  • 손지영 기자
  • 승인 2016.05.30 04:50
  • 호수 1524
  • 댓글 0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1547.9.29 ~ 1616.4.23)
윌리엄 셰익스피어 (1564.4.26 ~ 1616.4.23)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인 1616년 4월 23일, 두 명의 작가가 마지막 숨을 거둔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는 굶주림으로 삶을 영위하다 작은 수도원에서 임종을 맞이했고, 명예와 부를 누리며 살던 셰익스피어는 고향 마을에서 두 번째로 큰 저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세기의 역작을 그려낸 두 작가의 삶은 과연 어땠을까?

순탄치 않았던 두 사람의 어린 시절

1547년, 스페인의 신흥도시 ‘알칼라 데 에나레스’에서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이하 세르반테스)가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로드리고는 몰락한 하급귀족이었고, 떠돌이 의사였으며 이발사도 겸했다. 세르반테스의 집안은 가난했기에 어려서부터 △바야돌리드 △마드리드 △세비야 등지를 전전했다. 그의 교육과 관련해서는 1568~9년 사이 인문학자 ‘로페스 데 오요스’에게 잠시 지도를 받았다는 기록만 남아있을 뿐이다.
영국에서 북서쪽으로 85마일가량 떨어진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 1546년 이곳에서 한 피혁 가공업자의 아들 ‘윌리엄 셰익스피어’(이하 셰익스피어)가 태어났다. 태어났을 당시 그의 집안은 부유한 편이었지만, 그가 13세가 되던 해 아버지의 사업이 기울어지며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하게 된다. 이 때문에 셰익스피어가 받은 정규 교육은 유년 시절에 배운 수사학, 문학 정도였다.

달라도 너무 달랐던 두 작가의 삶

세르반테스는 1569년, 22세에 이탈리아로 넘어갔다가 베네치아에서 에스파냐 군대에 자원입대하게 된다. 1571년, 세계 4대 해전이라 불리는 레판토 해전에 참여한 그는 전투 중 가슴과 왼팔을 크게 다쳤고, 이후 왼팔이 불구인 채로 평생을 살았다. 그는 28세까지 해군생활을 하다 퇴역을 결심하고 귀국하던 도중 해적선을 만나 5년 동안 포로생활을 하게 된다. 그런 그를 불쌍히 여긴 한 수녀원에서 몸값을 지급해줬고, 세르반테스는 33세에 마침내 고국에 귀환할 수 있었다. 이후 1584년 37세에 19세의 연하 ‘카탈리나 데 살라사르’와 혼을 올린다. 세르반테스는 소설 <갈라테아>를 시작으로 집필 활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해군 함대의 식량 징발원으로 일했다. 하지만 말을 함부로 팔았다는 죄목으로 투옥 후 직을 파면당했고, 이후에도 세금징수원으로 일했지만 여러 번 횡령죄로 투옥하는 등 기구한 삶은 계속 이어졌다.
1585년과 1592년 사이, 셰익스피어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행방불명의 시기’라고 부르는데, 갖가지 설이 많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치 않다. 그리고 1592년경 셰익스피어는 런던에서 극작가 겸 배우로 자리를 확고히 잡게 된다. 변창구(서울대 영어영문학) 교수는 저서 <셰익스피어>를 통해 ‘(8년 동안) 작가가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기회였음이 틀림없다’라고 추정했다. 또한, 이 당시 엘리자베스 1세의 치하에서 융성했던 영국은 공연문화가 많이 발전했던 이른바 ‘르네상스 시대’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셰익스피어가 연극계에 종사한 것이라 여겨진다.

유럽의 대문호, 같은 해에 잠들다

세르반테스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러 차례의 옥고를 치르는데, 횡령죄로 투옥해있는 동안 <재치 발랄한 향사 돈키호테 데 라만차>(이하 <돈키호테>)를 집필했다고 알려진다. 출소 후 1605년 <돈키호테> 1부를 출판했고, 죽기 1년 전에는 <돈키호테> 2부가 나왔다. <돈키호테>는 대단한 인기를 끌었지만, 생활고로 인해 판권을 출판업자에게 넘겼기 때문에 세르반테스는 경제적 이득을 얻지 못한다. <돈키호테> 2부가 출판되기 전까지 그는 가난한 와중에도 <모범소설집>, <파르나소에의 여행> 등을 집필하기도 했다. 1616년, 평생을 가난에 허덕이며 살던 세르반테스는 자신을 구해준 수도원에서 69세의 나이로 임종을 맞게 된다.
셰익스피어는 행방불명의 시기 이후, 1594년까지 <헨리 6세>, <리처드 3세> 등의 희곡을 주로 집필하며 작가로서의 방향성을 설정하게 된다. 1594년 48세에 런던 2대 극단 중 하나인 궁내부장관 극단의 전속 극작가가 됐고, 1613년까지 약 24년간 37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또한, 셰익스피어는 극작가뿐만 아니라 극장의 주주, 부동산업에까지 손을 대며 부를 축적해 나갔다. 1597년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두 번째로 큰 저택을 구입하는 그는 죽을 때까지 그곳에 기거했다고 전해진다. 비교적 풍족하고 평온한 말년을 보내던 그는 1616년 53세에 타계한다.

손지영 기자  sonmom@pusan.ac.kr

<저작권자 © 부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지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