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상놈

 

   
상놈은 매달 한번 실패담을 공유하는 ‘최고의 상놈을 찾아라’라는 토크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실패가 성공의 발판이 되어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실패는 쓸모없는 것일까? ‘청년문화기획단 상놈’은 그러한 실패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상놈은 작년 11월 심영웅(연제구, 27) 대표에게 전해진 비보로부터 시작됐다. 그 비보는 어릴 적부터 친했던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언론에서 누군가의 자살 소식에 ‘끈기가 약하네’ 등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아들을 잘못 키웠네”, “천하의 상놈일세”라는 말을 들은 것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심영웅 대표는 “소위 엄친아라고 불리던 친구가 순식간에 상놈이 되더라”며 “친구의 어려움에 도와주지 못했던 것에 괴로웠다”고 전했다.
이후 심영웅 대표는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도와줄 수 있는 단체를 만들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상놈’이다. 장례식장에서 들었던 상놈을 좋은 의미로 바꿔보자는 취지로, ‘상(相)’과 Normal의 ‘Norm(놈)’이 만나 서로 도우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되기로 한 것이다. 김현수(금정구, 27) 팀원은 “주변을 봐도 취업문제 등으로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상놈을 통해 조금이라도 친구들의 변화를 이끌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상놈은 매달 한 번씩 ‘최고의 상놈을 찾아라’라는 실패 공유 토크콘서트를 개최 중이다. 심영웅 대표는 “실패가 모두 성공담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실패가 낙오자의 느낌이 강하지만, 사실 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라는 시각을 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런 생각에서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을 공유하는 강연회가 탄생하게 됐다. 강연 콘서트는 SNS를 통해 모집한 일반인들의 이야기와 상놈이 초청한 연사들의 이야기로 이뤄진다. 심영웅 대표는 일반인 연사 중 트라우마로 기절할 수 있는 병을 가진 여학생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실패담이 취업, 사업에 관련된 것이 많은데 그 학생의 실패담은 달랐다”며 “발표 현장에서 몸과 목소리가 떨리는 데도 꿋꿋이 이겨내는 모습이 감동이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지난 21일에는 부산대역에서 첫 프리마켓을 열기도 했다. 다른 프리마켓과 달리 상놈은 만들어진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프리마켓에 초대해 소비자가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진 물건을 구매하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직접 인절미를 만들거나, 부채의 그림을 그린 후 해당 물품을 사는 식인 것이다. 심영웅 대표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친구는 음악을 하고 싶어 했다”라며 “하지만 현실과 꿈의 괴리감에 괴로워했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문화 활동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즉, 이러한 활동을 중시한 프리마켓은 문화 활동을 통해 청년들의 괴로움을 순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외에도 상놈은 실패학교와 패션브랜드 ‘밉’을 준비하고 있다. 강연 콘서트가 이야기를 듣기만 한다면, 실패학교는 서로의 경험을 주고받으며 네트워킹할 수 있다. 패션브랜드 밉은 열정페이 등으로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하는 청년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으로 옷을 제작하고, 수익을 나누는 것이다.
상놈은 청년들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물은 얻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상놈의 다양한 활동들도 그 목표를 담고 있다. 심영웅 대표는 “고생 끝에 낙이 있다는 고진감래의 희망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며 “우리가 이를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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