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너무도 다양한 사람이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나는 늘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너무도 당연할 지도 모른다.
  더 많은 사람, 더 넓은 곳, 더 다양한 이야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야겠다고 부모님께 말했을 때 늘 그렇듯 부모님은 ‘그래,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하셨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지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부모님을 안심시켜드리기 위해서 현지에서 스스로 자금을 충당할 수 있도록 관광과 임시 취업을 동시에 허용하는 워킹홀리데이 비자에 대해 몇 번이고 설명해야 했다. 떠나기 전 꼬박 1년을 아르바이트로 자금을 모았고 영어 공부를 했다. 느긋한 성격 때문인지 엄청난 기대도 불안도 없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보자는 생각이 전부였다.
  호주 브리즈번에 처음 도착 했을 때 깨끗한 거리나 따뜻한 날씨, 외국인을 보며 느낀 설렘은 딱 일주일 정도였던 것 같다. 운 좋게도 도착한지 몇 주 만에 일을 구했지만 한국과 딱히 다를 것 없는 도시 생활은 호주에 온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생각에 2주 만에 그만뒀다. 그때부터 나는 호주 동부를 쉬지 않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찾아했고 적당한 돈이 모이면 떠나고를 반복했다.
  나는 내 워킹홀리데이를 ‘내 인생 다시없을 멋진 휴가’ 라고 표현하고 싶다. 가고 싶은 여행지를 골라놓고 적당한 생활비와 여행자금이 모이면 미련 없이 떠났다. 서핑, 스노쿨링, 스쿠버 다이빙은 물론 하늘에서 뛰어내려도 보고, 지구 밖에서도 보이는 거대한 산호초 지역을 누리는 1박2일 요트 여행,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Great ocean road’를 달리는 캠핑카 여행처럼 평소라면 엄두도 못 낼 고가의 여행도 많이 했다. 신나게 놀고 나면 며칠은 숙박비가 아까워 차에서 노숙을 하기도 하고, 식비를 아끼기 위해 하루에 한 끼만 먹기도 하고 그마저도 샌드위치로 때우기도 했다.
  전공 관련 욕심이 생겨 영어교사 양성과정인 TESOL 단기코스를 수강하기도 했다. 수업료를 모으느라 한달동안 자린고비로 살았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호주인, 영국인 클래스메이트를 얻기도 했고 한국인의 영어학습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티처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만들 수 있었다.
  호주에서의 1년은 늘 선택의 연속이었다. 나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이 거대한 자유가 워킹홀리데이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면 워킹홀리데이는 적절한 선택지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 얼마만큼 해낼 수 있는지 궁금하거나 낯선 경험과 조우하고 싶다면 워킹홀리데이는 최상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아는 이가 없는 곳에서 외로움도 느꼈고, 돈이 부족해서 불안에 떨고 스트레스 받기도 하고, 서로 다른 사고방식 때문에 당황하기도 했었고, 낯선 이와 나누는 대화에서 무엇인가를 배우기도 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도전했던 모든 시간들을 통해 내가 호주에서 얻어온 것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내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 내가 했던 모든 실수들, 내가 얻은 모든 경험들을 엮어 앞으로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 갈수 있을 거라 믿는다.

윤현미(영어교육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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