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에 가까워지면 늘 드는 고민이 있다. ‘어디서 무엇을 먹지’. 같은 시간 장애인은 다른 고민을 한다. ‘어디서 무엇을 먹을 수 있지’.
위의 이야기는 취재차 방문했던 금정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님께 들은 내용이다. 이야기를 들은 필자는 부끄러워졌다. 장애인이 얼마나 불편한지에 관해 숙고하지 않은 채로 취재에 임한 것을 반성하게 됐다. 방문 전 장애인을 위한 문화향유공간이 부족하다는 매체 자료들을 보았을 때, 솔직하게 필자는 ‘이 정도면 많이 구비된 편이 아닌가’란 의문을 던지면서 ‘많이 좋아졌네’ 라고도 생각했다.
‘장애인의 문화 접근성은 이전보다 좋아졌다’ 비장애인계, 장애인계 모두 인정은 하는 바이다. 확실히 2016년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제정된 1998년,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2008년보다는 편의 시설과 차별 대우가 나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보다’ 좋아진 것이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동에 불편이 있는 지체장애인의 경우 장애인전용 좌석이나 화장실이 갖춰지는 등 개선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휠체어 사용자가 접수대에서 작업 시에 필요한 하부공간은 대부분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입구에 높이차가 있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점이 존재했다.
시・청각장애인의 문화향유는 말 그대로 ‘언감생심’이었다. 시각언어와 청각언어를 대체해줄 수 있는 자료만 있다면 그들의 문화생활은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대체자료의 제공은 법에서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한 지자체 행사에서도 지켜지지 않았다. 작년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전국 지자체 및 중앙정부행사 속 시각장애인 대체자료의 제공률이 얼마나 되는지 모니터링 했다. 대체자료 제공 의무를 가진 행사들임에도 불구하고 모니터링 결과는 매우 저조했다. 4~9월까지 제공 의무를 가졌던 69개의 행사 중 단 6건만이 시각장애인 자료가 제공됐다고 했다. 심지어 6건 중 4건은 장애인의 날 행사에 제공됐다.
‘영화의 도시’라고 불리는 부산이지만 시・청각장애인들이 영화를 즐기는 것은 아직 어렵다. 취재를 통해 만났던 한 시각장애인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는 배리어프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했지만, 정작 영화제에서는 작동되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또한 상영작 304편 중 배리어프리 영화는 12편뿐이었다.
‘무엇을 하지’와 ‘무엇을 할 수 있지’는 단 3글자의 차이지만, 그 의미에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 비장애인이 자신의 취향을 고려하며 자발적인 선택을 하는 데 비해, 장애인에겐 이미 선택지가 주어져 있다. 그 선택지 내에서 고르라는 것이 현재 문화시설이나 행사・축제들이다. 심지어 편의 시설 제공이 왜 없느냐는 물음에 관계자들의 ‘일반시민을 위한 공공시설이다 보니…’, ‘한 달의 방문 횟수가 많지 않다 보니’라는 답변은 장애인에 관한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여실히 드러났다.
여태까지처럼 문화 시설 등이 운영 되면 장애인의 고민은 여전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시설 운영과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그들이 ‘무엇을 할까’라는 고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박지영 기자
ecocheese@pusan.ac.kr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