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우리 학교 성학관에서 <전쟁과 사회>, <대한민국은 왜?>의 저자이자 사회학의 시선으로 한국 현대사를 날카롭게 바라보는 김동춘(성공회대 사회과학)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사회과학연구원과 민주화교수협의회에서 주최한 이 강의에서 김동춘 교수는 ‘국가를 다시 묻는다-왜 우리는 ‘해방’ 70년에 국가의 존재의미를 다시 묻는가?’라는 주제를 진지하지만 열정적인 자세로 풀어냈다.
강연은 2014년 발생했던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추로 시작됐다. 김동춘 교수는 사건에 대해 명확한 진상 규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며, ‘국가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이를 통해 그는 국가가 재난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독재시기처럼 폭력을 행사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아예 재난을 당한 국민을 버리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가 집
약돼있다”며 “이를 보면 한국의 사회적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동춘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 사회의 근대성 문제를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가 실질적인 주권을 달성하지 못한 미완
의 근대 상태에 있는 것에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문제가 출발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주권에는 외세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는 ‘대외적 주권’과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온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대내적 주권’이 있는데, 한국은 그 어떤 주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였다. 그는 “외적으로는 작년 위안부 협상에서 보듯 주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가가 국민의 편에서 행동을 하는지에 의문이 남는다”며 “내적으로도 1등 국민과 2등 국민으로 나뉘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계층이 우리 사회에 있다”고 전했다.
김동춘 교수는 백여 년에 이르는 우리의 현대사를 돌아보며, 근대 국민국가 건설을 위한 세 가지 과제 중 둘이 대체로 미완에 그친 데에서 주권 달성의 어려움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밝힌 세 가지 과제는 △서구의 근대 문물을 배워 부강한 나라를 이루자는 ‘개화’ △외국으로부터 주권을 지킬 수 있는 ‘독립’ △사회적 약자가 평등하게 대우 받을 수 있는 ‘인간화’다. 김동춘 교수는 “한국 현대사는 개화 세력이 주도권을 잡음으로써 서구화에는 성공했다”며 “이에 반해 민족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이 숙청되고, 동학농민전쟁 같은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독립과 인간화의 과제는 이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런 과제들의 실패를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발생 원인으로 파악한 김동춘 교수는 대안으로 시민들의 ‘피플 파워’를 제시했다. 자생력 있는 기층민들이 사회적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도록 통합된 힘을 발휘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강연이 끝나자 강연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성일(사학 박사 16) 씨는 “시간을 내기 어려운 청년들이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김동춘 교수는 “대학생은 학생으로서의 정체성과 알바 등을 하는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모두 가졌다”며 “엘리트 의식을 버리고 상호간의 학문적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달 27일 성학관에서 김동춘 교수가 ‘국가를 다시 묻는다’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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