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비밀기지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대한독립만세!’ 를 외쳤다면, 작년 8월 15일 ‘청춘독립만세!’ 를 외치면서 생겨난 곳이 있다. 바로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청년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비밀기지’다.
  양정시장에 위치한 비밀기지는 청년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당시 제안을 받은 ‘히어로스토리’ 공동대표인 김상수 기지장은 청년단체들이 서로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의 각 청년단체에 초대장을 보냈다. 그렇게 모인 6개의 청년단체는 어릴 적 친구들과 놀았던 은밀한 공간처럼 청년들이 모여 놀 수 있는 ‘비밀기지’를 만들었다. 청소년문화단체 ‘사이’의 대표 권현석 부기지장은 “청년단체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여러 단체가 있는 곳에서 서로의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효과를 기대했다”며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든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비밀기지에는 △바람꽃컴퍼니 △별난 예술가 △보충역소울 △사이 △소울아띠 △히어로스토리가 모여 활동하고 있다. 운영 초기, 비밀기지는 청년단체 구성원 모두가 의견을 낼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각자 소속 단체의 일정이 다르고 모두의 의견을 검토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비밀기지는 운영국을 따로 둬 비밀기지의 운영을 맡기고,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운영국과 구성원들은 한 달에 2번 진행되는 회의를 통해 청년 문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 하고 있다.
  이러한 청년단체들의 노력은 청춘을 위한 이벤트로 연결되기도 한다. 본지(<부대신문> 제1511호(2015년 10월 12일자))에 실렸던 ‘밥다방’이나 지난 3월 열린 부산의 청년단체들의 모임 ‘청년 반상회 헛짓거리’같은 행사들이다. 특히 ‘청년 반상회 헛짓거리’는 비밀기지가 앞으로 해나갈 부산 청년단체 네트워크의 첫 발걸음이 됐다. 당시 그들은 이 공간에 모여 별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았다. 늘 단체가 모이면 프로젝트를 구성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탈피한 것이다. 김상수 기지장은 “청년들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놀기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마냥 노는 것만이 비밀기지 행사의 전부는 아니다. 비밀기지의 모든 일에는 ‘재믜’가 있다. 의미만 부여하면 재미가 없고, 재미만 있으면 의미가 없으니 ‘재미와 의미’를 찾는 것이다.
  비밀기지는 6개의 청년단체만의 공간이 아닌 부산 모든 청년단체들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를 꿈꾸며 나아가고 있다. 여느 속담처럼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의미다. 권현석 부기지장은 “혼자는 힘들지만 함께하면 큰 힘이 될 수 있어, 이 장소를 대관사업이나 모임 등에 도움을 주는 곳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우동준 비밀요원은 “청년들이 경쟁하거나 반목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서 청춘을 이루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되길 꿈꾼다”고 이야기했다.
  부산의 청춘들을 위해서 ‘재믜’를 선보이는 비밀기지 요원들에게 ‘비밀기지’는 어떤 존재일까? 김상수 기지장은 이 장소를 ‘마지막’이라고 표현했다. 다 같이 어울려 살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항상 해왔던 그에게 비밀기지는 답을 줄 수 있는 마지막 행선지라는 것이다. 김상수 기지장은 “후대에게 ‘다 같이 어울려는 못 살아’라는 말을 남기지 못하도록 비밀기지가 공동체의 실험을 하는 마지막 장소”라고 전했다.

   
부산 청년단체들의 네트워크 역할을 자처하는 비밀기지는 지난달 1일 청년단체들의 모임 ‘청년반상회 헛짓거리’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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