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가 ‘인문대학 역량강화 사업’에 탈락했다. 교육부가 탈락시킨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총장을 직선제로 선출했다는 데에 그 원인이 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총장직선제와 인문학이 무슨 관련이 있는가? 총장을 간선제로 선출하면 인문대의 역량이 강화되는가? ‘대학 지원’은 교육부의 고유 책임이다. 그 책임을 어떤 학문적 근거나 맥락도 없이 폐기시키는 속물성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는 학급 반장을 학생들의 손으로 뽑았다고 그 학급에 급식을 주지 않는 교장의 잔인함을 닮았다. 게다가 겉으로 점잖은 척하며 제몫 챙기느라 순응하기 바쁜 한국 대학사회의 민낯에는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다. 아무리 뭐라 해도 이곳은 교육의 현장이 아닌가? 세상을 읽을 수 있는 지성을 배우러 온 대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그나마 우리는 신음하는 인문학을 살리고 학생들의 장학금을 마련하겠다고 수없이 밤을 새웠을 인문대 몇몇 교수들의 순수한 열정에서 희망을 본다!
이후 우리 대학은 더욱 가난해질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 징조요 시작일 뿐이다. 화려한 슬로건과 장밋빛 미래로 착색된 부산대는 벗어던져야 하리라. 무엇이 옳고 그르며 무엇이 학생을 위하는 길인지 늦었지만 찬찬히 논의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희망 고문으로 자신을 옥죄어왔다. 그럴수록 자존감은 찢겨졌고 대학인으로서의 품격조차 지킬 수 없게 되었다. 끝내 대학은 자본에 복종하고 권력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 거의 확실한 듯하다.
이제 우리는 밖의 자극과 동기부여에서 눈을 돌려 내가 지닌 학문적 자산과 인간적 미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능력을 지닌 아름답고 품위 있는 존재인지 깨달아야 한다. 돈이 없다 해서 우리의 교육마저 품격을 잃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우리는 그 모델을 예술대의 ‘목요아트스페셜’에서 먼저 찾는다. 이들은 수년간 쉬지 않고 학과별로 공연을 열어왔다. 관객이 적든 많든 관계없이 묵묵히 버텨온 저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또한 교양교육원은 교수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는 ‘시민강좌’를 기획해 열고 있고, 도서관도 교수들의 재능기부로 ‘세상의 모든 시학’ 강좌를 열고 있다. 모두 학과를 넘어 학교 안으로 자신들을 열어놓았다. 아직은 부산대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내친김에 조심스레 제안해본다. 그동안 우리가 부산대 구성원의 자격으로 획득했던 학문적 수익을 학교 안에 과감하게 개방하도록 하자.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의 지원을 확보해왔다. 이른바 BK, CK, HK 등이 그것이다. 모름지기 학과별, 연구소별 연구비 확보를 위해 노력한 것은 격려의 대상이요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층 더 나아가 이 사업주체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넘어 학교 구성원 전체, 특히 부산대 학생을 위하여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해 학문적 혜택을 기부할 수 있다면 부산대는 더없는 학문공동체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근 어느 BK 사업단이 자신의 학문 분야를 일반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강좌를 개설했다. 반가운 일이다. 전공을 넘어 부산대 전체로의 개방과 소통은 우리 대학교육의 품격 있는 공존을 보장하리라 믿는다. 바야흐로 교정에 흐드러진 봄꽃들처럼 자발적인 학문적 수익 기여로 백화제방(百花齊放)하는 부산대, 가난하지만 품격 있는 교육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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