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대중에 보급된 지 길게 잡아야 30년 안팎. 그동안 인터넷은 삶의 곳곳을 바꿔놓았다. 특히 정보를 찾고 소비하는 형태의 변화는 극적이다. 별것 아닌 일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실상 그 변화야말로 크고 중하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온 호기심, 학습, 도구의 사용을 좌우할 변화이기 때문이다.

  최근 주목받는 ‘IoT(사물들의 인터넷)’나 ‘웨어러블 기기’등도 따지고 보면 이 인터넷 혁명의 연장선에 있다. 인터넷은 책상에 고정되어 있던 컴퓨터에서 노트북으로, 스마트폰으로 혹은 시계나 옷, 안경 같은 컴퓨터가 아닌 모든 것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온 세상이 어디든 온라인이 된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그 거침없는 확장의 종착지는 어디인가? 
  스마트폰을 생각해보자. 스마트폰은 편리한 소지품 정도가 아니다. 귀중품도 이런 귀중품이 없다. 스마트폰은 내 지갑이자 은행 통장이며 ‘외장형’ 두뇌에 가깝다. 잃어버리면 십중팔구는 사색이 되는데, 스마트폰 자체의 가격도 상당하지만 그 속에 담긴 정보며, 기능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기 때문이다.
  필립 K 딕의 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을 영화화한 <토탈리콜>(1990, 폴 버호벤 감독)에는 손바닥에 내장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개봉 당시에는 신기한 볼거리였다. 그런데, 한날한시도 떼어놓을 수 없어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있는 현대인은 이미 스마트폰을 손바닥에 내장한 것과 다름이 없다. 인간은 끊임없이 도구를 개량하며 성장해왔고, 이제는 자신이 만든 도구와 점차 한몸이 되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여러 개의 첨단 기기를 수집하는 얼리어답터가 주목받았으나. 앞으로는 아무 기기도 지니지 않은 것이야말로 최첨단이 될 터다. 
  스마트폰을 비롯 시계, 신발, 허리띠, 수트, 속옷 등 넘치는 웨어러블 기기의 종착지는 인체다. 기술의 발전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인체가 여타의 번거로운 기기들을 거치지 않고 통신망에 접속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느냐?  
  구글 최고 경영자 래리 페이지는 우리 모두 인공지능을 뇌에 심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래학자이자 구글 인공지능 부분의 책임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래리 페이지의 예언을 이렇게 구체화한다. “2030년이 되면 우리는 나노봇을 모세혈관을 통해 우리의 두뇌로 집어넣어 신경계 안에서 가상현실을 구현하고, 신피질을 클라우드와 연결시키게 될 것입니다”.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들리기도 하고,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만일 레이 커즈와일의 말처럼 우리의 두뇌가 웹에 연결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하는 것만으로 검색이 가능하고, 뇌와 뇌가 직접 커뮤니케이션해 문자나 이메일 없이도 메시지를 상대에게 전할 수 있다면 어떤가. 모든 기억은 생생하게 저장되고, 세계 어느 곳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기기 사용법을 익히는 수고가 필요치 않을 것이다. 
  스티븐 베이커의 소설 <부스트>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뇌에 부스트가 장착된, 월등히 뛰어난 지능과 능력을 가진 자들이 인구의 90% 이상이 되는 근 미래를 그린다. 자동 주행하는 차 안에서 가상현실 게임 속에 빠져 있거나 옆자리의 동승자의 머릿속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자연스럽다. 소설은 전 세계 인류가 뇌에 이식된 부스트의 업그레이드를 시행하는 날, 거기에 감시용 게이트가 포함되었다는 음모가 밝혀지면서 시작된다. 소설 속에선 국가 주도하에 대대적으로 부스트를 삽입한 중국과 경쟁에 뒤처진 미국의 고군분투가 그려진다.
  만일 머릿속에 구글이 들어 있는 사람과 경쟁해야 한다면, 승산을 기대하긴 어려울 터. 생체 부작용이 없는 나노봇을 체내에 삽입해 모든 병원균에 대응하고, 손상되거나 취약한 기관을 관리할 길이 생긴다면 혹하지 않겠는가. 시작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같은 특정 두뇌 질환을 치료하는 용도라면 거부감도 덜할 게다. 미래는 이미 도처에 와 있다. 어느 날 우리는 “뇌를 해킹당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뇌 임플란트를 고수해야 하나? ”라는 혼란에 빠져 있을지 모른다.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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