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었던 밴드, 혹은 20대를 노래하는 밴드. 밴드 ‘혁오’에게 흔히 따라붙는 수식어이다. 밴드 혁오는 많은 인디밴드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지고를 반복하는 홍대 인디씬(Indie Scene)에서는 이례적으로 결성된 지 4개월 만에 이와 같은 유명세를 꿰찼다. 혁오의 데뷔 EP 앨범 ‘20’부터 두 번째 EP 앨범 ‘22’까지, 이들의 음악은 20대들의 주제가로 칭송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혁오의 음악이 20대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밴드 혁오가 20대들이 흔히 하면서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수많은 고민들을 섬세하게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0대와 20대의 생활은 여러모로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변해가는 많은 요소들 중 인간관계의 변화도 그중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제 갓 20대로 접어든 나는 분명 10대 시절의 나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하지만 내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만큼 나는 점점 더 사람들에게 상처받기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나의 이러한 변화는 누군가에게 쥐여준 사랑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늘어난 인간관계를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책임감에서 근거하는 듯하다. 나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주변 사람들을 예전과 같은 감정의 무게로 대하고 있지는 못한 것이다. 혁오는 이러한 인간관계의 허무함과 회의를 어릴 적에 했던 공놀이의 이름이자 “왔다갔다”의 방언이기도 한 <와리가리>라는 노래를 통해서 드러낸다.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고 또한 쉽게 떠나가는 현실을 ‘와리가리에 비유하면서 이 노래는 가벼워진 인간관계를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밴드 혁오의 노래 중에는 앞서 언급한 <와리가리>와 같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들도 많이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두 번째 EP 앨범 ‘22’의 수록곡인 <큰새>라는 곡을 가장 좋아한다. 노래 전체 중 가사가 나오는 부분은 2분이 채 되지 않지만 이 노래의 가사는 묘하게 20대의 감성을 후벼 파는 구석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20대들이 반복의 반복을 더하면서 공부를 하고 기억의 기억을 훑으면서 시험을 치르면서도, 쉬어도 쉴 틈이 없이 바쁘게 살지 않으면 언젠가 버려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슴 한 켠에 안고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가사들 중에서 유독 내 마음에 와닿은 구절은 “이젠 다 크고 살기 바빠 어른놀이를 하네”라는 구절이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대부분 갓 20살이 된 어른아이들이다. 변화된 환경이 낯설고 상처받기 두려운 20살에게 능숙하고 왠지 멋있어 보이는 어른의 세계는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성역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어른의 세계를 어설프게나마 따라하는 서툰 20살을 혁오는 “어른놀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한다.
<무한도전>의 출연과 ‘하이그라운드’ 레이블의 입성으로 밴드 혁오는 메이저 밴드의 반열에 들어선 듯하다. 이에 대해 혁오만의 음악적 감성이 흐려질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이 많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혁오의 메이저 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견지한다. 그것은 밴드 혁오의 음악적 신념에 대한 개인적인 신뢰라기보다는 20대의 고민과 혁오의 음악 그 자체가 영원히 존재하고 소비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일 것이다. 나를 포함한 청춘들의 고민이 계속되는 한 밴드 혁오의 음악 또한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백혜지(분자생물학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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