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갑갑한 번데기 속에서 꿈틀대다가 마침내 나비가 되어 맘껏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 나의 ‘20’은 시작되었다. 뭔가 ‘19’라는 숫자보다 ‘20’이 더욱 풋풋하고 달콤하게 느껴진 이유는 뭘까. 정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니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고, 앞으로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 두려움마저 롤러코스터 타는 마음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동안 상상만 했던 꿈같은 새로운 세상이 이제 펼쳐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첫 발걸음은 좋았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밤늦게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터덕터덕 집에 가고 있을 시간에, 시원한 밤 향기를 마시며 친구들과 그동안의 추억을 얘기하며 걷노라면 편안하고 행복했다. 수업도 역시 시간표를 마음대로 짤 수 있었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지만 지각도 하고, 출석을 한 채로 도망가기도 하고, 수업을 빼먹기도 했다. 죄책감은 ‘이런 건 지금 아니면 언제 해 보겠어 다 추억거리가 될 거야’ 라며 스스로 합리화한 변명에 잊혀져갔다. 갑작스런 해방감과 자유에 만끽하고 있는 동안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아니 모른 척하고 있었다. 20살의 그 모든 행동에 책임감이 더 무거워졌다는 사실을….
밀려오는 과제와 엄청난 진도, 생각보다 힘든 인간관계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학기 성적은 그동안의 대가를 톡톡히 받았다. 정신 차려 내 모습을 돌이켜 보았을 땐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겠다, 영어를 공부해서 토익점수를 따겠다, 아니면 여행을 가서 세상을 넓은 시야로 보겠다’던 나의 10대 때의 버킷리스트는 어느 한 구석에 박혀진 채 그저 그런 허무한 삶을 살고 있었다. 주변 친구들은 놀면서도 착실하게 자신의 목표를 이뤄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한없이 내가 작아져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잘 하고 있을 거라 믿고 계시는 부모님께도 매우 죄송스러웠다.
꽃다운 20살이 되어 마땅히 무언가를 했다라고 자부할 수 있는 결과물이 아무 것도 없다는 점에 자책감에 빠졌다. 하지만 이때도 주변 사람들을 탓하며 불평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그럴때마다 ‘고작 이 정도에 힘들다고 하느냐.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더 힘들 텐데 어떻게 버티려고 그러냐’ 라는 쓴 대답만 돌아왔다. 그 당시 내 마음도 몰라주고 위로와 격려를 해주지 않는다며 서운한 감정만 앞섰는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내가 선택한 길을 걷고 있으면서 투정이라니. 이건 누군가를 탓해야 할 것이 아닌 명백한 나의 잘못이다.
나의 잘못은 그동안 주변 사람들을 보고 따라가던 것이 전부였던 삶에서 이제 스스로 방향을 잡아가야 하는 것이 서툴러 스스로의 변화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즉 이제 스스로 삶에서 진정한 의미가 있는 무언가를 찾아 계획을 짜고 실천하는 그런 태도가 필요했다. 앞으로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홀로서기를 위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것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진지한 생각을 계속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번 뿐인 삶을 후회하지 않도록 매사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성취하는 기쁨을 누리도록 노력할 것이다.
철부지만 같았던 20살아 잘 가. 조금 더 성숙해진 21살로 만나자.

차명리(나노메카트로닉스공학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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