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사고가 참사로 커진 주 원인으로 관피아 문제가 지목됐다. 관피아는 공무원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다. 이들은 산하 단체나 관련 기관의 주요직에 들어가 과거의 인맥과 직책을 이용하여 부정 행위를 저지른다. 참사 당시 해양수산부 전직 관료의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나자, 온 국민이 분노했다.
관피아 문제는 대한민국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교피아가 퇴직 후 교육부 유관 기관에 재취업하거나 특혜를 부여받는 등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교육부 역시 교피아를 이용해 자신들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만드는 등 서로를 챙겨주는 식의 관행을 자행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빗발치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한 상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교육부 전직 관료들이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전락한 것일까. 그 현황과 문제를 짚어봤다.교육부 퇴직 관료,
새로운 일자리 찾다?

교피아 관행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교육부 고위 퇴직 공무원들의 재취업이다. △차관 △서기관 △부이사관 △일반직 고위 공무원 등 간부급 관직으로 퇴직한 뒤 △대학 △관련 재단 및 공단 △대학 병원 등 교육 관련 기관에 취업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정의당 정진후 원내대표에게 제출한 <2012~2014년 퇴직 간부공무원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퇴직한 교육부의 간부급 공무원 168명 중 21명이 재취업했고, 21명 전원이 사립대학과 교육부 유관 기관에 취업했다. 즉, 교육부 간부급 공무원 다섯 명 중 한 명이 사립대학이나 교육관련 기관 등에 둥지를 튼 것이다.

대학 총장 자리에 앉은 교피아

많은 교피아들은 사립대학의 고위직에 취업한다. 사립대학은 재정 부족으로 지원이 절실하고, 평가가 나쁠 경우 자칫 퇴출될 수 있다는 염려를 항상 하고 있다. 이에 사립대학은 교육부에 잘 보이기 위해 ‘교육부 출신’을 가까이 두려 하고, 교피아를 경쟁적으로 영입하는 것이다.
실제로 사립대학들은 교피아 덕분에 재정적인 부분에서 특혜를 보고 있었다. 교육부 차관급 이상 퇴직 공무원 출신이 총장으로 재직한 이후 해당 대학의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비가 크게 늘어났다. 교피아에 대한 전관예우, 로비 등을 통해 받은 지원금은 교육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 혹은 국책연구 등의 명목으로 내려왔다. 해당 대학을 챙겨주기 위한 수단이 된 것이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2012년6월 교육부에서 차관으로 퇴임한 설동근 씨가 동명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그가 취임한 첫 해인 2012년, 동명대학교에 대한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비가 전년도에 비해 4배 가까이 뛰었다. 또한 교육부 감사관 출신인 김은섭 씨가 대경대학교에 부임한 2012년에는 재정 지원금이 전년도에 비해 3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사립대학이 교육부와의 연결고리를 통해 재정적 특혜를 받는다는 의혹을 뒷받침해준다.
교피아들이 국가기관 등에서 이뤄지는 감사로부터 ‘방패막이’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 문제는 관피아의 전형적 관행으로, 분야를 막론하고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퇴직 고위 관료가 산하기관의 장으로 재취업할 경우, 후배 관료들이 해당 산하기관을 관리‧감독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전관예우 차원의 ‘비리 눈감아주기’가 만연해 사립대학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비리, 횡령등의 학내 문제가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게 된다.

연구 수주에 교육부도
교수도 ‘윈윈’ 효과

교육부는 고위관료 출신 대학 교수들에게 정부의 정책 연구 용역을 몰아주기도 한다. 실제로 교육부 서기관을 거쳐 퇴직한 후, 대학에 임용된 한 교수는 4건의 정책 연구 용역을 수주했다. 또한 교육부에서 퇴직한 당일 임용된 한 교수는 2년 동안 5건의 교육부 정책연구 과제를 맡았다. 이처럼 교육부가 외부 연구 용역을 교육부 출신 관료에게 맡긴 사례를 살펴보면, 2010년~2014년까지 외부에 발주된 연구 용역 315개 중 33개를 교피아 12명이 맡았다. 이들이 맡은 33건의 연구비는 건당 평균 3,800만원이며 최고 1억 원을 받은 것도 있었다. 이처럼 교피아들은 필요 이상의 연구비를 지원받으며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교육부가 교피아 교수의 연구 결과를 통해 자신들의 정책을 추진하는데 동력을 얻는다는 점이다. 교육부의 입맛에 맞는 정책 연구들을 양산해 외부에서 제기되는 비판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활용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정책 연구 상당수가 이들의 손을 거친 것으로,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선행교육 방지방안 연구>, <학교 자율화 정책의 학교현장 영향 조사>, <지방거점대학 육성 및 특성화 방안 연구> 등이 있다. 몇 년 째 대학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국립대학 교원 성과급적 연봉제>(이하 성과급적 연봉제)가 대표적인 예다. 2011년 도입된 성과급적 연봉제는 교수들의 연구 성과를 4등급(S, A, B, C급)으로 나눠 연봉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해당 제도가 도입된 뒤, 성과급적 연봉제의 정착 방안을 연구한 <국립대 교원 성과급적 연봉제 도입에 따른 학문분야별 교원업적평가>가 발표됐다. 교육부의 정책연구개발비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 연구는 교육부 출신 고려대 변 모 교수가 연구책임자를 맡았다. 해당 연구 논문을 직접 살펴본 결과, 연구 결과는 성과급적 연봉제가 도입되지 않았던 과거의 한계를 지적하며, 도입의 결과가 긍정적일 것이라는 내용을 서술하고 있었다. 교육부가 내세운 취지에 근거를 덧붙여 당위성을 부여한 것이다. 또한 성과급적 연봉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적용하는 데 가장 적절한 모형 및 방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과급적 연봉제가 도입된지 4년이 지난 지금, 변 모 교수가 내놓은 결과에도 이에 대한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민간기관도 안심할 수 없다

교피아는 민간기관이 수익을 올리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국토부의 녹색건축 인증 실적 현황에 따르면, 전체 1650개 학교 가운데 71%에 해당하는 1,176개교의 녹색 건축 인증을 민간기관인 한국교육환경연구원이 독점하고 있었다. 2002년부터 시작된 ‘녹색건축 인증제’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지정한 인증기관에 천만 원 가량의 수수료를 내고 인증심사를 받는 제도다. 공공기관의 건축물은 2013년부터 의무적으로 이 인증을 받도록 법으로 규정돼있다. 대학의 경우 기관에 해당 인증을 요청하는 일은 교육부가 하고 있다.
인증을 싹쓸이 하고 있는 한국교육환경연구원에는 교피아가 한 자리씩 꿰차고 있었다. 임원의 40%는 교육부나 교육청 시설과 공무원 출신이며, 이사진 18명 가운데 7명이 전현직 공무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국교육환경연구원 측은 교육부와 긴밀한 관계를 자연스레 유지해 왔다. 교육부는 ‘제 식구 챙기기’ 식으로 해당 제도를 전담할 수 있도록 하고, 한국교육환경연구원은 이에 대해 댓가성 지원을 한 것이다. 녹색건축 인증의 발주처인 교육부 시설담당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해외연수를 보내준 것이다. 이러한 정황은 공공기관뿐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도 교피아가 숨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 쪽자리’ 대안, 해결책은 없나

교피아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자 작년 6월 교육부는 교피아를 척결하기 위해 <대학 재취업 퇴직공무원의 대학 관련 업무 참여제한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지침은 퇴직 5년 내 대학에 재취업한 교수를 교육부에서 발주한 정책 연구책임자로 선정하지 못하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채용한 대학이 교육부가 시행하는 대학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될 경우엔 별도의 공정성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 당시 교육부는 “정부에 대해 영향력을 끼치거나 재정확보를 위하여 퇴직공무원을 총장, 교수 등으로 채용하려는 유인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대안에도 허점은 많다. 특히 교육부 출신 공무원들이 대학에 재취업해 교육부가 발주하는 정책연구 용역을 따내는 것에 대한 제재는 여전히 없는 상태다. 일반연구자로 참여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기한이 지나면 정책연구 용역을 수주 받을 수 있어 교피아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 또한 교육부가 내놓은 방안이더라도 내부 지침에 불과해 구체적인 징계 혹은 제재할 방법은 마련되지 않았다. 지침을 어길 경우 강력히 징계하거나 공직자윤리법에 포함시켜 법제화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작년 6월 이후, 추후 구체적인 안을 내놓겠다던 계획은 결국 나오지 않았다. 서남수 장관의 임기가 끝난 그 해 7월 이후, 아무런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교피아들은 1년 반이 지난 지금에도 사회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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