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과 가까운 중앙동 거리를 걷다보면 오피스 타운의 고층건물들 사이에 숨어 지나치기 쉬운 오래된 건물이 있다. 사람과 배가 쉴새없이 드나드는 큰 항구 옆에서 40년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부산 최초의 등록 미술관, ‘한광 미술관’이다. 나무 현판으로 장식된 입구로 들어가면 동양화와 고서화가 펼쳐진 전시장을 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회화 작품들이 제일 먼저 관객을 반긴다. 매·난·국·죽을 비롯해 산수화, 수묵화 등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전시관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서예 작품과 병풍이 펼쳐진다.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다산 정약용의 서예 작품과 안중근 의사의 손자국이 담긴 친필서도 만날 수 있다.
올해 41주년을 맞이하는 한광 미술관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개인미술관이자 사립미술관이다. 1975년 개인 미술관으로 등록 후, 1996년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의해 처음 문을 열었다. 미술관의 전시품은 한광덕 선생이 해방 이후부터 수집한 것들로 구성돼있다. 그의 수집은 처음에는 개인적인 취미에서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리 사회가 정치·사회적으로 불안했던 1950~60년대에 아까운 문화재가 사방으로 분산되고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보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겨 재집결시켜 보겠다는 생각으로 50년 동안 조금씩 수집품을 모으게 된 것이다. 그렇게 모은 작품의 수가 약 600여 점에 달한다.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등 일명 ‘3원’부터 겸재 정선, 공재 윤두서, 현재 심사정 등 ‘3재’의 그림까지 조선 초기 화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들로 가득하다. 여기에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서예작품까지 더해져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끈다.
부산이 문화의 불모지라 생각했던 한광덕 선생은 시민들을 위해 작품을 공개하기로 했다. 공간의 제약 때문에 모든 그림을 전시할 수는 없어 100여 점을 교체하면서 전시하고 있다. 초대 관장이었던 한광덕 선생이 작고한 뒤, 선생의 아들인 한충민 씨가 관장을 맡아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미술관은 부산의 문화 진흥 및 청소년 교육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미술관 건물 2층 교육실에서 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열고 있는 것이다. 한광 미술관 나애리 학예실장은 “그 밖에도 방학이나 매년 열리는 뮤지엄 페스티벌에서 민화 배우기, 풍속화 공부하기 등을 진행한다”며 “이후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치 있는 작품이 수없이 많지만, 방문하는 부산 시민 수는 많지 않은 편이다. 관람객의 대다수는 견학 온 학생들이나 미술학도들이다. 나애리 학예실장은 “한광 미술관이 부산의 미술 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부산 시민들께서 많이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광미술관에서는 옛 서화들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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