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이야기들은 ‘특별한 사건’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은 주로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되는 과정을 서술한다. 그러나 <다른 밤 다른 목소리>는 조금 다르다. 영화의 이야기는 특별한 사건 ‘이후’를 다루고 있다. 화교로서 정체성을 고민하여 대만으로 떠났던 석이(강필석 분)가 아내 은임(김새벽 분)의 부재 속에서 방황한다. 영화는 ‘대만으로 떠났고’, ‘아내가 사라진’ 사건 이후를 전한다.
영화는 부산항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두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바다 너머의 무엇을 보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편지 한 통을 두고 떠난 아내 은임을 찾으러온 석이와 엄마를 찾으려는 다베이(다베이 분)는 며칠 후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다. 그리고 각자의 사람을 찾기 시작한다.
석이와 은임은 화교 3세다.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던 둘은 대만으로 떠났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유산한 은임은 혼자 한국으로 돌아온다. 석이는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은임을 찾으러 한국에 온다. 작품은 석이가 은임을 찾으려 추억의 공간과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전한다. 석이는 은임의 흔적을 따라가지만 남아있는 것은 추억 뿐, 은임은 그 어디에도 없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석이의 공허한 표정은 석이의 모습을 더욱 위태로워 보이게 한다.
불안한 마음 때문일까. 석이가 은임을 찾는 모습은 적극적인 다베이와는 사뭇 다르다. 석이는 적극적으로 은임을 찾지 않는다. 다베이와 만나기로 한 전날은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른다. 그에 반해 다베이는 엄마를 계속 찾겠다며, 석이와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는 불법 체류자가 될 위험이 있는 상황 속에서 엄마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석이에게 우연히 발견된 다베이는 작은 상점에서 엄마의 행방을 쫓고 있었다. 다베이를 잡으려 손을 뻗었던 석이는 손을 거둔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모습이 자신과 같아 동질감을 느낀 것이 아닐까.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은 은임이 왜 떠났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석이가 들은 은임의 소식 중 “그 곳에서 힘들었어”라는 말을 통해 대만에서의 삶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또한 “나 혼자 많이 좋아했지”라는 은임의 대사로 석이와 은임의 관계가 불안했음도 알 수 있다. 정확하지는 않다. 그렇기에 석이의 마음은 위태롭고, 관객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기에 더 방황하게 되고 괴로워지는 것이다.
최용석 감독은 지역에 살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화교의 이야기에 이끌려 영화를 제작했다. 그는 “부산대학교 한국민족연구소가 로컬리티 관련 텍스트를 영화화 해보자고 제안해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감독은 “이방인이라는 불안한 감정과 잃어버린 사랑의 아픔이 만나는 이야기를 풀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 - 비전’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영화는 첫 장면과 같이 돌아온 다베이와 석이가 부산항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들이 바다 너머의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다만 소중한 사람을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둘의 처지가 서로를 위로하는 듯하다.
 
<다른 밤 다른 목소리>의 한 장면. 주인공 석이가 부산항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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