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매일 TV나 신문을 통해 여러 가지 소식을 접한다. 화면과 지면을 주로 장식하는 것은 국제 정세, 연예가 소식, 각종 사건·사고들이다. 잠시 관심을 가지다가도 그때 뿐,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과 거리가 먼 세상의 이야기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내 이웃의 이야기, 내가 자주 가는 우리 동네 식당의 이야기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마을미디어’는 이처럼 나와 관련 있는 ‘우리’의 소식들을 전해준다.

지역과 공동체 비추는 마을미디어
마을미디어는 문자 그대로 마을 안의 소식을 전달해주는 매체를 뜻한다. 주민들이 미디어를 매개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다. 마을미디어 속 ‘마을’이란 단어는 행정 구역상의 ‘동네’라는 공간을 뜻하기도 하지만 ‘공동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부산민언련) 복성경 부대표는 “마을미디어의 정의를 정확하게 내릴 수는 없지만, 공동체 의식을 느끼며 지역의 이야기를 전한다면 모두 마을미디어”라고 전했다.
국내외로 마을미디어를 살리기 위한 활동이 늘고 있다. 어느덧 전국적으로 마을미디어센터가 30여 곳이 넘었고, 마을미디어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같이 마을미디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계자들은 마을미디어가 마을이란 개념을 되찾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마을미디어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사라져 버린 공동체와 이웃의 개념을 되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정순영 직원은 “어느샌가 마을이라는 개념이 따스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람들이 개별적인 생활을 하는 사회가 돼버렸다”며 “마을 단위로 공동체성을 복원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미디어가 그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웃을 만나며 지역을 알리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서 마을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마을미디어가 대안 언론의 기능을 해내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마을미디어가 종합일간지 등 규모가 큰 주류 언론이 전달하지 않는 지역 내의 이야기까지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을미디어에는 마을 안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부터 사회적인 문제를 비판한 기사 등 다양한 소식이 담겨 있다. <반송사람들>의 김선미 편집장은 “어느 신문에서도 마을 주민들을 위한 마을 내 소식을 모두 전달해주지는 않는다”며 “주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 안들을 우리 마을 신문에서 다뤄 해당 문제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을미디어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을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을미디어의 활동은 지역과 이웃에 대한 관심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미디어교육연구소 허은영 강사는 “마을미디어 활동은 모두 공동 작업이므로 마을 주민들이 서로를 알고 친해지게 되는 좋은 계기”라며 “이웃들을 취재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를 회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마을미디어, 부산에서도 쑥쑥 자란다
부산 곳곳에서도 마을미디어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재 부산에서 활동 중인 마을미디어는 <반송사람들>, <늘배움> 등 총 18개에 달한다. 10여 년 전부터 마을 공동체 사업과 마을미디어 교육 등이 지속된 결과다. 처음에는 신문이 주를 이뤘지만 금정구 서동의 <미로시장 보이는 라디오>, 해운대구 반송·반여동의 <반반신문>과 같은 라디오와 웹진까지 생겨났다. 부산의 마을미디어를 정리하고 기록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부산 지역에서 처음 이뤄진 마을미디어 조사 작업이었다. 지난 몇 달 간 부산민언련은 마을 신문과 라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마을미디어를 취재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부산의 마을미디어를 총정리한 책 <부산 마을미디어 가이드북>을 출간했다. 부산민언련 윤영태 대표는 “앞으로 이 책이 마을미디어의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고, 이를 계기로 마을미디어 활동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휴간이나 발행 중단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제작되지 않는 매체도 늘어가고 있다. 계간으로 발행되던 지역 독립잡지 <안녕 광안리>는 재정 부족으로 올해 상·하반기 두 권의 잡지만 발행한다. <안녕 광안리> 이여주 편집장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잡지이기 때문에 따로 지원이 없다면 제작비가 부족해 발행이 어렵다”고 전했다.

정부 지원과 주민 의지 하나 되어야
전문가들은 마을미디어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꾸준한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을미디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마을미디어 발전의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이경진 직원은 “주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은 신문을 꾸준히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마을미디어에 대한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서울특별시의 경우, 지역 곳곳에 마을미디어가 안정적으로 제작되고 있다. 주민들이 마을미디어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을미디어지원센터도 따로 존재한다. 또한 매년 마을미디어축제를 열어 우수마을로 선정된 곳에 미디어 활동에 필요한 지원금을 더 지급하고 있다. 부산마을미디어 관계자들은 부산 역시 확실한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성경 부대표는 “부산에도 마을미디어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마을미디어를 제작하고자 하는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의지 역시 중요하다. 마을미디어 제작에 참여하는 주민 대부분이 30대에서 60대의 나이로, 본인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마을미디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마을신문 <늘배움>을 발행하는 해운대구청 송정환 직원은 “주민들은 각자 자신의 생업이 있어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당연하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열정과 애착을 가지고 있어야 꾸준한 발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부산의 마을미디어를 총정리한 책 <부산 마을미디어 가이드북>의 발표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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