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이란 현실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필요한 도구다. 다양한 국제관계이론이 있지만 특정의 이론은 특정의 세계관, 즉 세계현상을 보는 고유의 시각에서 출발한다. 국제관계 이론을 크게 네 가지 정도의 패러다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 급진주의 (또는 구조주의)가 그것이다. 이 넷은 단순히 이론이라기보다 패러다임이라 불러도 좋은데 각 이론들은 그 안에 많은 중범위의 이론들이 있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이란 공통의 관점, 명제, 개념의 틀 등을 공유한다. 현실주의와 자유주의 패러다임의 이론들은 국제정치학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널리 적용되는 주류이다. 현실주의는 국제정치를 국가와 국가의 대립과 경쟁, 즉 무정부(아나키) 상태로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들 국가들은 아나키 상태에서 자국의 안보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이를 위해 힘(파워)을 추구하는 것을 기본 속성으로 한다고 본다. 국제정치는 국가 대 국가의 끊임없는 파워 추구와 경쟁의 장으로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현실주의적 국제정치관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시대부터 존재하여 근대국가 시대를 거쳐 오늘까지의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현대의 국제정치이론으로 집대성한 사람은 한스 모겐소이며 그는 <Politics among Nations>란 명저를 저술하였고, 고전적 현실주의 이론의 기초를 놓았다. 그 책의 부제가 ‘힘과 평화를 위한 투쟁(struggle for power and peace)’이니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의 핵심적 내용을 압축하고 있다.
  자유주의 이론은 현실주의와는 달리 국제정치를 국가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는 보다 낙관적인 시각으로 본다. 자유주의 이론은 국가 간의 합의와 협력에 의해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제라고 보는 국제제도, 국제법, 국제레짐, 국제기구 같은 것들에 보다 주목한다. 현실주의가 제로섬 게임으로 국제정치를 본다면 자유주의는 포지티브 섬(positive sum) 게임으로 본다.
  현실주의와 자유주의가 오랜 역사를 가진 데 비해 구조주의는 비교적 신생이론으로 볼 수 있으며 비판이론인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영향을 받았다. 구조주의는 국제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데 있어 주체들의 인식과 관념을 중요시 한다. 국제정치를 어떤 특정의 세계관에 기초하여 본래부터 어떤 속성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주체들의 상호 주관적 인식에 의해 ‘구성’되어 지는 구성체로 보는 것이다. 예컨대 국제정치를 국가 간의 파워게임으로 보는 것도 국가들이 모두 그렇게 인식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구성주의는 실증주의적 다른 이론과 달리 현실을 인식에 의해 구성된 구성체로 설명하기 때문에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러나 구성주의의 기여는 국제정치 현실을 변혁시키는데 있어 인식의 중요성에 주목하게 한다는 점이다.
  급진주의, 또는 구조주의 국제정치 이론은 좌파 이론, 맑시즘에서 파생된 좌파 이론들로 볼 수 있는데, 이는 국제관계에서의 불평등 관계에 주목한다. 이 불평등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세계체제가 불평등하다는 데서 기인한다. 국제정치에서 국가 간의 관계는 자본주의 경제를 하부구조로 하여 생성된 중심과 주변의 불평등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급진주의 계열의 이론들은 국제정치에서 주류 이론은 아니지만 국제정치 현실의 불평등을 간과하지 않고 자본주의 경제 구조와 연계하여 통합적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진영(정치외교학) 교수

 

 

 <세계정치론-경향과 변환>/Charles Kegley/2014/한티미디어

국제정치학의 전통적 해석과 시선안에서 국제정치의 변화하는 모습을 설명하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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