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총장직선제 복귀를 위한 학칙 개정안이 발의됐다. 향후 총장 선거 시행을 위한 세부규정을 정하는 논의도 이번 달 내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2012년 총장직선제 시행 당시의 학칙과 세부규정이 그대로 부활한다면 학생들에게는 총장 선거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총장직선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학생 투표권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부대신문>이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봤다.

불이익 받아도 직선제 시행하자는 입장이 다수

우리 학교 학생들 중 대부분이 총장직선제(이하 직선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직선제 시행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435명의 응답자 중 68.7%(299명)가 ‘재정적 불이익의 위험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직선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최원형(물리교육 15) 씨는 “모든 조직의 대표자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직접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선제를 시행할 경우 교육부가 재정적 불이익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 중 27.8%(121명)가 ‘직선제에 동의하지만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수할 필요는 없다’고 응답했다. 권예솔(간호학 15) 씨는 “직선제를 시행해도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얼마나 이득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차라리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쪽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직선제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5%(15명)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학생 투표권 당연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

많은 학생들이 직선제를 시행할 경우, 학생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답했다. ‘직선제 체제에서 학생에게 총장 선거 투표권을 주는 것에 동의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299명의 응답자 중 82.9%(248명)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학생이 학교를 구성하는 중요한 주체라는 점에 주목했다. 김만기(철학 13) 씨는 “아무리 졸업하면 학교를 떠난다고 해도, 재학하는 동안은 학생이 직접적 이해당사자”라며 “교수 투표에 의해서만 선거가 진행되면 파벌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영호(물리교육 10) 씨 역시 “학생에게도 투표권을 줘서 학교 운영에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학생에게 총장 선거 투표권을 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7.1%(51명)를 차지했다.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했다. 우선 ‘총장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충분한 관심과 참여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가 총 51명 중 51%(26명)로 가장 많았다. 이러한 우려는 학생 투표권에 찬성하는 학생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서승교(철학 15) 씨는 “학생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이 옳다고 보지만, 학생들이 많이 관심을 가질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학생들이 총장 후보자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가 31.3%(16명), ‘학생들의 투표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반영되기 어려울 것 같아서’가 13.8%(7명)를 차지했다. 이아라(유기소재시스템공학 12) 씨는 “아직 직선제의 기틀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학생 참여는 이른 것 같다”며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학생들이 총장 선거 투표권을 원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07년 총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우리 학교 총학생회는 ‘총장 선거에서 학생들만 완전히 배제돼 있다’며 총장 선출권을 요구했다. 이어 2011년에는 우리 학교 학생총회에서 ‘총장 선거 투표권 쟁취’ 안건이 통과되기도 했다. 다른 국립대학들의 경우 직선제를 시행하던 당시, 총장 선거에 학생이 참여한 사례도 있다. 경상대학교와 한국해양대학교는 2003년 교수, 직원, 학생이 모두 참여하여 총장 선거를 치렀다. 경북대학교도 2006년 총장 선거에서 학생 참여를 보장했다.

학생 투표권 반영 비율은 의견 갈려

직선제에서 학생 투표권이 부여될 경우, 학생들은 이전부터 투표권이 있던 교수, 직원들과 함께 투표하게 된다. 이 경우 각 주체의 총 인원 수가 다른 만큼, 투표의 반영 비율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총장 선거에 있어 학생이 행사한 투표권의 반영 비율은 어느 정도가 돼야 하는가’에 대한 응답은 학생들 간의 의견 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10% 이상 20% 미만’을 반영해야 한다는 응답이 29.5%(73명)로 가장 많았지만, ‘30% 이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응답이 28.6%(71명)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20% 이상 30% 미만’을 반영해야 한다는 응답도 27.4%(68명)로 만만치 않았다. ‘5% 이상 10%’ 미만을 반영해야 한다는 응답은 12.9%(32명)로 4위를 차지했다. 학생들은 반영 비율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김만기 씨는 “모든 주체의 투표는 동등한 비율로 반영돼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서승교 씨는 “학생들의 참여율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반영 비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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