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화백의 전시회 '들꽃처럼 별들처럼'은 비발디의 '사계'에서 영감을 받아 △봄의 경계 △여름의 아픔 △가을의 길 △겨울의 꿈 등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조금은 비뚤어지고 뉘여 있는 음표이지만 그들 각각이 내는 삶의 소리들이 장엄한 오케스트라가 되기를 바라는 김근태 화백의 소망을 담았다. 전시되는 77개의 캔버스에는 편견으로 가득한 시선을 받아왔던 지적장애인들이 세상을 가장 편견없이 바라본다는 아름다운 역설이 담겨있다.

출처 - 김근태 '들꽃처럼 별들처럼' 작품 도록

 

 

봄의 경계

<외침>
나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세상의 무관심,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서서히 중증의 장애인이 되어간다. 두 손 모아 굶주린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해본다. 나는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세상 밖으로 내던져졌다. 세상에 발을 딛지 못한 영혼은 세상 밖을 떠돈다. 세상을 향한 절규, 나의 일그러짐은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왜 흉측한 모습으로 세상에 왔는가? 나는 이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여름의 아픔

<대화>
친구들이 웃음꽃을 피운다. 나도 한마디 하고 싶어 귀를 쫑긋쫑긋 세운다. 입술에 최대한 힘을 주고 입을 크게 벌려 나도 한마디 한다.
"안녕"
친구들이 미소짓는다.

 

가을의 길

<빗방울>
신기한 동물을 보는듯한 시선들이 내 몸과 마음을 아프게 뚫고 지나갔다. 내가 이동하는건 내가 살아있는 한 나의 권리다. 무심한 빗방울에 힘겨운 몸을 맡기고 싶다.

 

겨울의 꿈

<나비효과>
붓을 입으로 가져가는 데 5분이 걸리는 부식이의 꿈은 화가다. 시각장애인 화가 '존 브램블리트'처럼 성실하게 노력하는 화가가 되겠다며 환하게 미소 짓는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처럼 부식이의 꿈이 배고픈 아이들, 꿈이 없는 아이들, 불안과 공포로 절망에 떠는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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