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앨리스라는 소녀가 꿈속에서 토끼굴에 떨어져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며 겪는 일들을 그린 동화다. 몸이 커지기도 하고 동물과 대화를 하기도 하는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지만 알고 보니 모두 꿈이었던 동화.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속에도 꿈 같이 이상한 일들만 겪는 앨리스가 있다. 일, 결혼 등 성공적인 미래를 꿈꾸는 현실 속 앨리스의 바람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열여섯의 나이, 중학교 졸업을 앞둔 수남(이정현 분)은 한 가지 고민이 있다. ‘공장에 취직해 여공이 되어야 하나, 고등학교를 올라가 엘리트가 되어야 하나’. 결국 엘리트의 길을 선택한 그녀는 진학 후 주산, 자판 등 총 14개의 자격증을 취득한다. 최연소의 나이로 최다 자격증을 취득한 수남은 자신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취직을 위해 찾아간 곳들에서 14개의 자격증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결국, 수남은 자격증과 무관한 작은 공장의 경리로 취직한다. 하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매번 꾸중을 듣는다.
수남의 불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규정(이해영 분)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약속하지만 그녀의 앞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자신을 위해,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꾸준히 일하는 수남. 그러나 그녀가 성실할수록 생활은 더욱 어려워지기만 한다.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된 영화는 각 챕터마다 다른 주제를 가지고 전개된다. 하지만 그 모든 챕터를 관통하는 주제는 결국 ‘꿈은 꿈일 뿐 현실은 현실이다’라는 것이다. 진학 후 엘리트가 될 것이라 믿었던 꿈, 남편과의 행복한 신혼의 꿈, 식물인간인 남편이 깨어나는 꿈 등 여러 가지 중 수남의 바람대로 이루어진 것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오히려 하나라도 이루려고 하면 또 다른 불행들이 덮쳐온다. 밀려오는 불행들을 해결하기도 벅찬 수남은 고통의 굴레 속으로 더 빠져들어 간다.
수남에게 덮치는 불행들은 현실의 잔혹함과 비극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수남이 복수하는 소시민들이나 교묘히 수남을 조종하지만 어떤 일도 당하지 않는 계장의 모습 속에서 약육강식 사회와 그것을 따라야만 하는 현실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그런 현실 속에서 돈을 벌기 위해 배웠던 기술들로 사람을 죽이고 협박하며 괴물이 되어가는 수남의 모습까지 담아냈다.
극 중 수남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한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은 기분 좋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그녀의 이상한 이야기들이 우리의 현실과 별반 다를 것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와 끝없는 불행, 나아지지 않는 삶까지 모두 똑같다. 성실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성실하기만 해선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아무리 성실해도 실성할 수밖에 없는 이상한 나라 속 ‘앨리스’, 이 시대 청춘의 자화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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