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들의 세계가 열리다
잠깐의 유행으로 지나가는 듯 했던 키덜트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개봉한 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어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높은 관객 수를 기록했다. 애니메이션 영화의 대상 층이 어린이에서 어른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영화뿐만 아니라 캐릭터 제품에서도 나타났다. 최근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는 미니언즈 피규어 증정품을 받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어린이들의 것이라 여기던 콘텐츠를 즐기는 어른들을 ‘키덜트’라고 한다. 캐릭터 상품, 애니메이션, 피규어 등의 유년시절에 즐겼던 문화를 다시 즐기는 성인들을 의미한다.
키덜트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관련 행사도 많아졌다. 지난달 17일부터 약 3주간 사상 인디스테이션에서 ‘취미의 재발견-I am a Kidult’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회에는 키덜트 제품 수집가의 소장품과 키덜트 작품 제작자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또한 지난 13일부터 벡스코에서 ‘키덜트&하비 엑스포 2015’가 개최되기도 했다. 엑스포에 참가한 키덜트 전문 업체 레프리카 정용진 팀장은 “키덜트족의 흥행에 따라 여러 제품을 소개하는 장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키덜트 제품을 판매하는 키덜트샵 역시 곳곳에서 생기고 있다. 우리 학교 근처에도 키덜트샵 ‘5DOK’이 들어섰다. 5DOK 관계자 이영규(동래구, 28)씨는 “최근 키덜트 제품을 공개적으로 수집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사람들의 관심도 증가했다”며 “키덜트 문화 사업의 전망이 밝아 보여 가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네가 애야?”
“아니, 키덜트야!”

 

그렇다면 다 큰 어른들이 왜 어린 시절 향유하던 문화에 빠진 것일까. 그 배경에는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나이에 따른 역할 구분이 심해 취미생활에도 제약이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 역할 구분이 옅어지면서 어른들도 키덜트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키덜트 문화를 통해 위안을 얻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혁준 문화평론가는 “어른들이 각박하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아이들의 순수함으로 인간성을 회복하자는 심리에 키덜트 콘텐츠를 선택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중들이 키덜트 문화를 즐기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사람들은 가장 큰 이유로 ‘재미’를 꼽았다.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즐겨보는 김나영(사회복지학 14) 씨는 “만화에는 작가가 만든 세계관이 있다”며 “그 세계관과 인물들이 무궁무진해서 재밌다”고 밝혔다. 또한 키덜트 문화를 통해 어린시절을 되돌아 보는 사람도 있었다. 사상 인디스테이션 전시회에서 수집품 RC카를 선보인 송인수(서구, 42)씨는 “장난감에게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의 추억이 나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나아가야
이처럼 많은 어른들이 다양한 이유로 키덜트 문화를 즐기지만 ‘유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치하다’는 편견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키덜트에 대한 인식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피규어를 어린이들만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듯 키덜트 콘텐츠는 누구나 즐길 수 있다”며 “키덜트 문화를 하나의 문화 장르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덜트를 즐기는 대중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엑스포 플레이모빌 관계자 정태현(울산시, 22)씨는 “다양한 세대가 누려도 아무 거리낌 없는 문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 13일, 벡스코 ‘키덜트&하비 엑스포 2015’에 방문한 사람들이 키덜트 콘텐츠 전시물을 관람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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