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전유물인 줄로만 알았던 ‘색칠공부’와 ‘글씨 쓰기’가 최근 어른들의 취미로 자리 잡았다

  여대생 김효원 씨는 요즘 밀린 과제와 진로에 대한 고민 때문에 우울하다. 술자리에서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놔도 기분이 나아지는 건 잠시뿐, 여전히 힘들기만 하다. 하지만 하루 일과가 끝나고 ‘컬러링북’에 마음을 채우듯 색칠을 할 땐 위안이 된다. 가끔은 좋아하는 글귀를 찾아보고, 정성스레 한 자 한 자 쓰면서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나만의 색깔과 글자로 종이를 채우고 나면 편안히 잠들 수 있다.

  최근 어른들이 ‘색칠공부’와 ‘글씨 쓰기’에 열광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전유물인 줄로만 알았던 ‘색칠공부’와 ‘글씨 쓰기’가 어른­­­들의 취미 생활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려져 있는 밑그림에 색연필과 물감으로 색칠하는 컬러링북과 손글씨로 글귀를 적는 캘리그라피는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적 안정 △아날로그 문화에 대한 향수 △성취감 △개성 표현 등의 이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컬러링북은 ‘어른들의 색칠놀이’라고 불리며, 캘리그라피와 함께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5월 26일 기준 교보문고 인터넷 서점 예술분야 순위 10위권 내에 컬러링북이 8권이나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안티-스트레스 컬러링북 <비밀의 정원>이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리스 컬러링 여행>, <보타니컬 아트 컬러링북(누구나 쉽게 따라 그리는)> 등이 상위권에 있다. 컬러링북이 순위에 없었던 지난해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캘리그라피란 아름다움을 뜻하는 캘리(calli)와 글씨를 뜻하는 그래피(graphy)의 합성어로 아름다운 글씨라는 의미다. 손글씨의 유려한 선, 개성있는 번짐효과와 여백 등을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책 표지, 방송 프로그램 타이틀, 광고 등에 캘리그라피가 빈번하게 사용되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박달해(동아대 경영 13) 씨는 “앨범이나 영화 포스터에 적힌 예쁜 글씨가 캘리그라피인 것을 알고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직접 그리고 쓰는 문화적 활동들이 인기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미술치료상 담학회 추의성 회장은 “사람은 본능적으로 시각적 표현의 욕구가 있으며, 시각적 표현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적절한 집중과 심리적 이완을 도와준다”며 “캘리그라피와 컬러링북은 시각적 표현을 쉽게 할 수 있어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학생들도 컬러링북과 캘리그라피로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는 반응이다. 박서영(신라대 국어교육 15) 씨는 “캘리그라피와 컬러링북은 나만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어서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말했다. 김가은(신문방송 13) 씨 또한 “잔잔한 노래를 듣는 것처럼 캘리그라피를 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이런 예술 활동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캘리그라피협회 관계자는 “나를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은 캘리그라피를 통해 자신과 소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며 “캘리그라피는 감정 표출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피로감 역시 대중을 아날로그적 취미 활동으로 이끌고 있다. 사람들이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로 컬러링북이나 캘리그라피와 같이 손으로 직접 해보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캘리그라피협회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의 현대인들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생활과 소통의 부족으로 외로움을 느낀다”며 “사람들은 아날로그적인 활동을 통해 추억과 향수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캘리그라피를 가르치는 김민정 디자이너는 “디지털에서 다시 아날로그나 감성적인 쪽으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며 “디지털로 만든 것은 획일적인 반면, 손으로 만든 것은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컬러링북과 캘리그라피는 정해진 기존 이미지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재탄생시켜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추의성 회장은 “캘리그라피나 컬러링북과 같은 미술작업은 이미지의 기본구조가 있어 표현에 대한 부담이 적다”며 “표현에 자신이 없는 사람에게도 무리한 긴장감을 주지 않아 흥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도 이러한 전문가의 의견에 동의했다. 김다솔(정치외교 14) 씨는 “컬러링북은 미리 그려진 그림에 색칠만 하면 되서 쉽고, 완성한 후에는 뿌듯해서 계속하게 된다”고 전했다. 박소연(건축 10) 씨 역시 “캘리그라피나 컬러링북은 일반인도 조금만 연습하면 금방 할 수 있다”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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