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디어법 통과. 이후 2011년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은 각종 특혜 의혹 속에서 출범했다. 연일 애국가 시청률을 기록했던 이 방송사들은 어느덧 고정 시청층을 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방송 재승인 심사도 통과해 2017년까지 방송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종편 출범 후 4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종편은 특혜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일까?

  여기 과감하게 반기를 든 사람이 있다. 바로 최진봉(성공회대 신문방송) 교수다. 지난 7일 부산시민센터에서 열린 <2015 시민언론학교: 종편, 제대로 보자> 강연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출범부터 재승인 과정까지,  종편은 ‘특혜 덩어리?’
  최진봉 교수는 출범 4년이 지난 지금도 종편에 각종 특혜가 제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노출된 불공정성을 꼬집었다. 그는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종편 사업자 재승인 심사’에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 방통위 측 심사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심사위원은 정부·여당 추천인사와 야당 추천 인사 3:2 구조로 구성된다. 최진봉 교수는 “결론적으로 봤을 때 심사위원 15명 중 2명만 야당 추천 인사가 된다”며 “상식적으로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없다”고 전했다.
  심사 평가 기준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그는 “종편의 가장 큰 문제는 인신 공격성, 편파·왜곡 보도인데 평가 점수에는 극히 제한적으로 반영된다”며 “계속된 징계에도 종편의 자극적 보도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심사 기준은 방송사의 외향적·구조적 평가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평가 지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언론 정책이 문제다
  지난 2008년 미디어법 개정 당시의 문제점도 지적 받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경쟁력 있는 미디어 방송사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했지만, 사실 신문·방송의 겸업을 허용하는 것은 미국의 실패한 언론 정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이 1996년 텔레커뮤니케이션법을 통해 신문·방송 겸업을 허용한 후, 뉴스코퍼레이션 등 7~8개 대형 언론사가 미국 언론 시장 90%를 장악하게 됐다. 최진봉 교수는 “언론 시장의 독과점은 의견의 다양성을 축소시키고 방송의 획일화를 불러 온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방송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모든 방송 관련 조직이 이사회 구성의 편파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방송 관련 조직의 이사회나 위원회 구성도 편파적”이라며 “KBS 이사 11명 중 7명이 여당, MBC 방송문화진흥위원 9명 중 6명이 여당 측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러한 방송 구조는 공영방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권 여당의 입김이 작용함에 따라 방송이 친 정권적으로 보도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자본 권력에서 벗어나자
  그는 “현대 미디어는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봉 교수는 “특정 거대 자본에 의해 언론이 장악 당했다고 생각해보라”며 “경제적 이익 추구가 목적인 언론사는 더 큰 이익을 위해 정치권력에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정치권력은 언론사의 이윤 확대를 도와주면서 미디어 보도를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언론사와 정치권력이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관계가 종편으로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 “현재 종편 방송사들은 지상파 수준의 큰 혜택을 받으면서 규제에 있어서는 케이블과 같은 약한 제한을 받는다”며 “정부는 종편이 누리는 특혜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편법을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진봉 교수는 다음 종편 재승인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불법성과 특혜로 얼룩진 종편이 더 이상 방송 승인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종편의 방송 기간은 2017년 3월까지로 다음 재승인 심사가 채 2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방송사를 없애는 게 아니라 방송사업자를 자본 권력이 아닌 공정한 사업자로 바꾸자는 것이다”며 “공정하고 다양성이 있는 방송 구조를 꿈꾼다”고 전했다.
   
지난 7일, 부산시민센터에서 최진봉 교수의 강연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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