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 아멜리 노통브 저/2010/문학세계사

   
 

   아멜리 노통브의 책, <겨울여행>의 표지를 살펴보면 앞면에는 작가의 얼굴이, 뒷면에는 에펠탑이 그려져 있다. 아멜리 노통브의 얼굴을 뒤로한 채 에펠탑이 돋보이는 뒷 표지를 집중해서 보라. 푸른색 파스텔 톤의 배경에 선 A자 모양의 에펠탑. 세계인의 낭만이라고 불리는 이 조형물이 하늘 위로 치솟아 있다. 이 에펠탑은 <겨울여행>의 주인공 조일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왜 일까. 그 이유는 바로 조일이 에펠탑을 곧 테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테러에 대한 이야기일까? 애석하게도 이야기의 내용은 한 테러범의 러브 스토리다. <겨울여행>은 극악무도한 테러 상황과 남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어우러져 진행된다. 책에는 남자 주인공 ‘조일’과 그가 사랑하는 여인 ‘아스트로라브’가 등장한다. 조일은 아스트로라브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그녀의 마음을 얻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타 소설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스트로라브가 사랑하는 지적장애인 여류작가 ‘알리에노르’가 있기 때문이다. 아스트로라브는 뭔지 모를 끌림에 알리에노르의 아픔을 보듬고 아가페적인 사랑을 주려한다. 그녀는 항상 알리에노르의 곁을 지킨다. 때문에 조일과 아스트로라브의 사이에는 항상 알리에노르가 있다. 밥을 먹을 때도, 식사를 할 때에도, 그와 그녀가 함께하는 내내. 물론 모든 상황을 알고 시작한 사랑이지만 계속되는 방해에 조일은 알리에노르에게 질투심과 증오를 느낀다. 결국 그는 자신만의 조악한 방식으로 사랑을 마무리 하려한다. 에펠탑이 사랑하는 여자의 이름에 있는 첫 글자 A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폭발시키려 하는 것이다.
  과연 조일이 생각한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사랑에 승리와 패배가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자신이 사랑을 독차지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그 누구보다 격렬한 고통을 느꼈다. 어떤 사랑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단지 자신의 본능적 이끌림에 끌려가기도 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이별을 맛보았을 때의 극악무도한 본능이 조일을 잡아먹어 버렸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은 사람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최근 이별하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조일처럼 극한 행동(?)을 보이는 이는 없었으나 눈물 빼는 이는 꽤 많이 보았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도 그들에겐 하나의 일처럼 보였다. 그들과 조일 모두에게 이별을 극복하는 것은 추운 겨울 속에서 자신을 인내하며 여행하는 것이다. 그러니 기억하라. 사랑을 극복하기 위한 겨울 여행은 머지않아 끝날 것이다. 그리고 여행이 마무리될 쯤 마음의 평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이별의 아픔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여행이 끝나는 것처럼 사랑의 아픔도 결국엔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 기억하길 바란다. 아멜리 노통브가 알려주는 겨울과 사랑의 공통점을.
  겨울과 사랑은 시련을 통해 욕망을 채운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가지는 격려와 위로를 거부한다. 온기로 추위를 물리치면 사랑의 힘이 약해져 추잡한 이미지로 타락하고, 창을 열고 신성한 공기를 받아들여 열정을 식히며 기록적인 시간 안에 무덤으로 직행하게 된다.
-<겨울여행>중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저/2013/문학동네

 

  아멜리 노통브처럼 독특한 문체와 세계를 가지고 있는 김영하의 작품이다. 책에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연쇄살인범이 등장한다. 그는 딸을 구하기 위해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며 마지막 살인을 계획하게 된다. 작가와 주인공 모두 자신만의 세계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저/2004/문학세계사
  처음 보는 남자가 나의 비밀스런 과거를 알고 있다!<적의 화장법>은 <겨울여행>을 쓴 아멜리 노통브의 10번째 작품이다. 이 책의 서사는 공항에서 만난 두 남자간의 대화로 이어져나간다. 주인공에 대해 알고 있는 남자와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 것인가. 남몰래 숨겨왔던 이야기가 밝혀지는 순간의 스릴이 독자에게까지 전해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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