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흥행한 영화 <킹스맨>의 ‘뇌꽃놀이’는 한동안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언뜻 보면 잔인해 보일 수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던 관객들은 막상 장면이 시작 되면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초인시대>는 초능력이라는 황당한 소재를 이용해 현실을 풍자했다. 주인공인 유병재의 ‘찌질함’에 대중들은 웃음과 공감의 반응을 보냈다. 과거 비주류로 취급 받던 문화가 어느새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B급 문화’전성시대
  B급 문화란 비주류 감성의 B급 코드를 활용한 여러 콘텐츠들을 의미한다. ‘B급’이란 단어는 헐리우드의 ‘B급 영화’에서 처음 사용됐다. 적은 예산을 들인 영화나 A급 영화와 견주어 질적으로 떨어지는 영화를 기술할 때 B급 영화라는 단어를 썼다. 이후 이 개념은 한국에 와서 새로운 의미로 확장됐다. <B급 문화, 대한민국을 습격하다>의 저자 이형석 평론가는 B급 문화를 ‘하위문화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어 기존의 고급, 주류 문화에 반발하고 저항하는 새로운 예술적 시도’라고 정의했다.  
  B급 문화를 창작하는 집단은 기존의 문화 생산층이 아닌 새로운 계층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창작집단이 현실을 문화에 가감 없이 반영해 서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한다. 이혁준 대중문화평론가는 “창작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이전에 비해 저렴해지고 자유로워졌다”며 “새로운 창작가들의 실험정신이 실리면서 참신한 문화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B급 문화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B급 문화를 선도한 가수인 ‘싸이’다. 싸이는 소위 ‘병맛’스러운 춤과 함께 풍자성을 띠는 노래를 이용해서 대중들의 인기를 끌었다. 또한, 최근 개봉했던 <킹스맨>이나 <스물> 등의 영화도 우리가 만날 수 있는 B급 문화 중 하나다. 각 영화는 황당한 소재나 B급 감성을 담아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B급 문화는 단순히 영화나 음악에 국한되지 않는다. ‘배달의 민족’이나 ‘위메프’ 등 기업의 광고도 어딘가 촌스럽고 저렴해 보이는 컨셉을 활용하여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다. 
 
B급 문화, 비주류라서 더 좋다
  전문가들은 B급 문화가 일반 주류문화와 달리 정돈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주류문화가 잘 가꾸어진 문화인 반면 B급 문화는 날것 그대로”라며 “그렇기에 B급 문화는 대중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대중들은 그런 특징 때문에 B급 문화에 열광하고 있다. 민영백(토목 07) 씨는 “B급 문화는 굉장히 단순해서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문화”라며 “공부도 취업도 힘들어서 여가를 즐길 때는 단순한 것을 원하기 때문에 B급 문화가 좋다”고 말했다. 오히려 잘 정제되지 않은 단순함이 대중을 사로잡는 무기가 된 것이다.
  즐거움을 위해 B급 문화를 찾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재환(무역 10) 씨는 “B급 문화의 유쾌함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싶어 B급 문화를 찾는다”고 말했다. B급 문화가 가지고 있는 일명 ‘싼티’나 ‘촌티’ 등 조악함에서 나온 유쾌함이 사람들을 위로해준다는 말이었다. 이에 대해 이장주 사회문화심리학자는 “B급 문화의 열풍에는 B급 문화에 내재된 위로와 응원의 ‘힐링 코드’도 한몫했다”며 “우리는 싸이처럼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인물들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부 기득권에 의해 리드된 문화에 반감을 가진 젊은이들의 비판 의식 역시 B급 문화의 활성화를 도왔다. 이혁준 문화평론가는 “기존 주류 문화는 몇몇 주도 세력의 교육에 의해 향유됐다”며 “이제 대중들은 선망의 대상에 불과했던 컨텐츠보다 동료의식을 느낄 수 있는 싸이나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본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에 열광하며 감정이입한다”고 말했다.
 
A급과 B급? 고급-저급 아닌 수평적 관계
   많은 사람들이 B급 문화를 향유하고 있지만 일부 대중들은 수준이 낮다고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급 문화와 B급 문화를 질적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A급 문화보다 B급 문화가 오히려 최근에 형성되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장주 사회문화심리학자는 “B급 문화가 진화해 A급 문화가 탄생한 것이 아니다”며 “B급 문화는 A급 문화를 통해 사회문화적으로 충분히 성숙한 곳에서만 나타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문화의 상대성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택광 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에서는 B급 문화를 고급문화의 하위문화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이는 상하로 구분돼서는 안되고 서로를 독립적인 문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종훈 문화평론가 역시 “우리가 향유하는 문화는 수준이 높고 낮은 것이 아니라 종류가 다른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B급 코드를 활용한 광고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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