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summer)>
호안미로(Joan Miro 1893-1983) /
1938년작 / 종이에 과슈 / 75 x55.5cm

  ‘호안 미로(Joan Miro)’는 스페인 바로셀로나 시립 미술학교 출신으로, 20세기 초 서구 미술 화단을 지배했던 화가이다. 야수파, 입체파, 그리고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피카소와 동시대에 살면서 깊은 친교를 가졌으며 스페인 내전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추수>라는 제목의 벽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당시 그가 파리에 거주하면서 이 작품을 제작하여 파리만국박람회 스페인 공화국관에서 발표했다. 이후 1940년대에 이르러 제 2차 대전의 전란 중에도 <성좌>를 연작했다. 별, 여자, 새 등 상형문자적 형상을 구사하여 유아적 천진난만함에 절묘한 기술이 매치된 시를 회화화했다. 그는 생전 ‘그림이나 시는 사랑, 즉 완전한 포용을 경험할 때 만들어진다’고 하였다.
  이 작품 <여름>은 엄마와 두 아이인듯한 반(半)인간적 생명체들이 여름해변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 풍정이다. 단순한 형태와 원색들이 그들의 즐거운 방종을 나타낸다. 매우 호방하고 관능적 쾌락을 짐작케하는 유쾌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미로는 모든 사물들을 명쾌한 윤곽선과 밝은 색조로 환원하여 화면의 평면성을 강조한다. 그 결과 그림은 장식적인 동시에 표현적이다. 그는 항상 “내게 있어 형태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항상 사람, 새 아니면 그 외의 것들이다”라고 말했다. 미로와 달리는 스페인 초현실주의의 미술가들인데, 미로는 ‘심리적 오토마티즘’ 즉 자동기술법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하며, 미리 생각하지 않고 낙서 같은 방식으로 작품을 그려나가는 쪽에 속한다. 다른 초현실 미술가들처럼 미로 역시 훈련되지 않은 아이들과 정신병자들의 그림에 관심을 가졌고, 그들의 자유를 찬미했다. 그는 이처럼 자발적인 방식으로 기묘한 생명체가 어우러진 목가적인 지중해풍 세계를 환기하는 반(半)추상적 그림과 벽화, 조각 등을 비롯해 직물, 소묘, 드로잉까지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남겼다. 그가 추구한 초현실주의적 표현방식은 일상에서 일어날 수 없는 공상이나 환상 등 상상을 초월한 것들, 즉 현실 세계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꿈에서나 본듯한 사물과 사물, 현상과 사물들이 전혀 상관이 없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의 미술관 또한 바르셀로나 남서쪽 몬주익 언덕, 일명 ‘미술의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그의 친구이면서 후원자인 건축가 ‘호세 루이스 셀트(Jose Luis Sert)’가 설계한 미술관은 지중해 전통 양식인 자연채광을 이용했다. 자신이 기증한 작품 14,000여점이 이곳 바르셀로나 미술의 정신적 지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금은 유럽 여행 코스 중 으뜸가는 미술관 순방에 속한다. 혹시 일상에서 우울한 일이 있을 때 미로의 작품을 감상해 보는 것도 기분전환에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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