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기후예측시스템, PNU CGCM

기상을 예보하고 미래의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과학기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다. 그 이유는 기상과 기후의 문제가 최소한 카오스적인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이 놀랍게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무쌍하게 변화하는 내일의 날씨를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과학자는 지구 상에 아무도 없다. 미국의 한 중등학교용 과학교과서의 첫 페이지에는 ‘기상예보는 항상 틀릴 수 있다. 왜 그런지 논의해 보라’는 토의 문제가 있다. 과학이란 비록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완벽함을 추구한다. 예보도 마찬가지다. 100%의 예보는 할 수 없지만 100%의 예보적중률을 향해서 노력하는 것이 과학자가 지향하고 추구해야 할 기본자세일 것이다. 완벽한 예측성을 향한 노력들 중의 한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우리학교 연구팀은 몽골 기상청에 PNU CGCM 모험을 설치했다

 

주관적 예보를 넘어
객관적 예보로

기상예측을 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식은 주관적인 방법으로 각종 기상관측 자료 등을 근거로 예보자가 여러 가지 경험과 매뉴얼에 근거해서 주관적으로 예보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우리나라가 과거 20여 년 전에 예보하던 방식으로 저비용으로 예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예보가 예보자에 의존적이고 기술축적과 다양한 정량적 예보자료를 생산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 방식은 객관적 방법으로 대기의 운동을 지배하는 여러 개의 에너지 보존법칙 등 각종 보존법칙들을 미분방정식화해서 그 연립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인간이 풀 수 있는 미분방정식이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이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데 슈퍼컴퓨터와 같은 첨단 전산기기를 활용한다. 이 미분방정식의 해를 컴퓨터가 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코드를 흔히 기상예보 모델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객관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동네예보 등 각종 예보자료를 생산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선진 14개국에서만 이러한 방식의 예보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와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고비용의 예보 방식이지만 기술축적이 가능하고 다양한 객관적이면서 정량적인 예보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CGCM 개념도. CGCM은 이첨럼 지구시스템을 하나의 모델로 묶어서 분석한다

 

지구시스템까지
분석하는 CGCM 모델

과거에는 기상·기후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대기모델만을 이용했다. 그러나 기상현상은 시시각각으로 해양이나 수목, 지면, 해빙(sea-ice) 등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이러한 대기 이외의 지구시스템(earth system) 구성 성분들의 현재 상태와 미래 변화를 동시에 고려하지 않으면 신뢰할만한 예보를 얻을 수 없다. 실제로 지구시스템은 대기권(atmosphere), 수권(hydrosphere), 빙권(cryosphere), 지권(lithosphere), 생권(biosphere) 등 5개의 아시스템(subsystem)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다섯 개의 아시스템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서로 상호작용(interaction)을 하며 각 아시스템 안에서도 여러 가지 물리적 과정들이 다양하고 복잡한 되먹임(feedback)을 한다. 따라서 지난 90년대부터 선진기관들은 본격적으로 지구시스템을 구성하는 모든 아시스템을 한꺼번에 통합적으로 이해하여 처리하고 예측하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모델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모델은 대기뿐만 아니라 수권(바다, 호수, 하천, 지중 수분 등), 빙권(해빙, 얼음, 눈 등), 생권(초목과 작물의 호흡과 생장 등), 지권(에어로솔, 지중온도와 습기 등)을 동시에 다루기 때문에 접합대순환 모델(Coupled General Circulation Model, CGCM)이라고도 부른다. CGCM은 기상뿐만 아니라 해양이나 해빙 등의 미래 변화도 동시에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다. 지구시스템을 한꺼번에 다루기 때문에 모델에 의해서 예측되는 변수들은 단순히 기온, 바람, 강수와 같은 대기 변수들뿐 아니라 해류나 해수온, 염도와 지중온도와 지중습도, 바다 얼음의 두께와 분포 등 무려 300여 가지에 이른다.

 우리학교 연구실에는 예측 및 재현실험을 위한 컴퓨팅 시스템이 있다

 

우리학교의 CGCM 개발,
PNU CGCM으로 결실을 맺다

우리학교 기후예측연구실에서도 90년대 초부터 이러한 형태의 모델 개발에 힘써서 1997년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먼저 1차적인 형태의 CGCM 개발에 성공하였다. 그럼으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는 8번째로 CGCM을 개발한 나라가 되었다. 그 후에도 지속적인 개선 작업이 진행되었으며 이 CGCM을 장기기상이나 기후예측 연구용으로써 활용하여 모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부산대학교 CGCM’이 지난 2009년부터 APEC 기후센터(APCC)의 참여모델로 선정되어 이 CGCM을 이용하여 우리학교 기후예측연구실에서 생산되는 예측자료를 APCC에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APCC는 미국기상청 등 전 세계의 유수한 예측기관에서 생산되는 장기 예측자료들을 수집한 후 이들 자료를 가공처리하여 재생산한 후, 그 기후예측 결과를 APEC 국가들뿐만 아니라 자료를 원하는 모든 나라에 배포·제공하기 위해서 설립된 기관이다.
이 모델이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먼저 ‘부산대학교 접합대순환 모델(PNU CGCM)’이라는 고유한 브랜드명을 내걸고 개발했다는 것과 둘째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기상예측 모델을 개발하여 이 모델을 국외로 수출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작년 가을에 몽골을 찾아 모형을 설치하고 현지 기상청 직원을 대상으로 사용방법을 전수하고 돌아왔다. 일반적으로 CGCM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재 기상청이 가지고 있는 정도의 고성능 대용량, 초고속의 슈퍼컴퓨터가 필요하지만, PNU CGCM은 대학에서 개발된 모델인 만큼 그보다는 비교적 자료처리 속도나 용량이 작은 시스템으로도 작동되도록 개발되어 있다. 따라서 몽골과 같이 예보를 위한 전산 및 인적 인프라가 열악한 나라의 기관에서 운영하기 적합하다. 물론 그 동안의 오랜 연구개발 투자로 기후예측연구실이 가지고 있는 전산 시스템은 기상청 슈퍼컴 1호기보다는 32배, 2호기보다는 0.5배 정도 빠른 성능을 갖추고 있다.
PNU CGCM의 또 다른 장점은 비교적 운영이 쉬움에도 불구하고 예측 능력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특히 겨울철 북반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북극진동과 같은 기상현상에 대한 예측성이 뛰어나, 최근 그 내용이 여러 기상·기후 분야 국제학술지에 게재되어 모형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즉, PNU CGCM은 운영하기 쉬우면서도 겨울철 한파나 난동과 같은 이상 기상에 대한 우수한 예측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몽골은 이러한 사실에 주목하여 PNU CGCM을 몽골 기상청의 공식 장기기상예측 모델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특히 몽골은 겨울철 이상 기상이나 기후변화에 취약한데, 예를 들어 지난 2009~2010년 겨울에 몽골에 몰아닥친 수십 년 만의 한파로 전체 가축의 5분의 1이 넘는 1,000만 마리 정도가 죽었고 이로 인해 유목민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조드'라 불리는 몽골의 한파는 앞에서 언급한 북극 진동 때문에 생기는데, 폭설 후에 혹한이 닥치면 눈이 얼어 가축들이 풀을 찾을 수 없게 되어 굶어 죽을 수밖에 없게 된다. 몽골 기상청은 PNU CGCM을 이용한 예측으로 이러한 피해를 크게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개발한 모델들도 있지만, 몽골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로도 쉽게 운용할 수 있고 더욱이 북극진동에 대한 예측 능력이 좋아 몽골 기후를 잘 예측하는 PNU CGCM을 이들이 선택한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모델의 개발과 개선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모델에 PNU라는 특정 대학의 이름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개발 단계와 처음 운용 기간 동안 연구개발비 수주뿐만 아니라 모델의 고유성과 객관성 그리고 성능을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데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당당하게 APCC는 물론이고 이 자료를 필요로 하는 어떤 기관에도 PNU라는 브랜드를 붙여서 예측 자료를 제공하고 있고 또한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현재 기후예측연구실에서는 8개월까지의 예측자료를 생산하여 APCC에 제공하고 있으며 예보자료는 매월 갱신된다. 또한 생산된 자료는 기상청의 장기예보를 위한 참고자료로도 활용되며 작황 예측 등 농업적인 활용을 위해서도 귀하게 쓰이고 있다. 이를 위해서 연구실의 10여 명의 연구원들은 밤을 밝히며 연구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안중배 대기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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