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푸른 이유는 우리들 마음을 맑고 푸르게 가꾸라는 조물주의 의도 때문인가? 이에 대해 과학적 답변을 하기 전에 우선 지난 번 같이 화성 여행이나 하고 오자. 2004년 미국 우주항공국이 화성에 착륙시킨 스피릿과 어포튜니티란 쌍둥이 화성탐사 로봇이 지구로 보낸 사진 중에 태양이 지평선 가까이 있는 사진이 있었다. 태양의 위치로 보아 해지기 직전이나 해 뜬 직후의 장면이다. 화성의 표면이란 것이 지구의 사막 지대와 그다지 다르지 않아 지형만으로는 이 사진이 화성에서 찍은 사진임을 주장할 수 없는데 천문학자는 이 사진이 화성의 경치를 찍은 사진임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태양의 색이 힌트다. 태양이 지평선 가까이 있으니 노을이 보이거나 태양이 붉게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일출 직후 든 일몰 직전이든 지구에서는 태양이 있는 쪽 하늘이 붉게 변하고 태양도 머리위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붉게 보이기 마련이다. 지구에서 관측되는 이러한 노을 현상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 사진은 적어도 지구에서 찍은 사진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지구에서는 해가 뜨거나 질 때 노을이 생기나, 화성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의 대기와 화성 대기의 밀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밀도가 더 큰가? 그야 물론 지구 대기다. 화성은 태양으로부터 지구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표면온도가 낮다, 이 때문에 수증기를 포함한 기체들이 쉽게 포화되어 지표로 내려오게 되고 이들은 얼어 지표에 남아있게 된다, 화성의 극지방 부근에서 관측되는 흰 색을 띄는 극관은 이산화탄소가 얼어 있는 것이다.
  자, 그럼 대기의 밀도가 큰 지구에서는 노을이 생기고 그렇지 않은 화성에서는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대기의 밀도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빛과 물질의 상호 작용 원리를 알아야 한다. 빛은 진행 방향으로 직진하는 성질이 있으나 빛의 진행 경로에 원자나 분자와 같은 물질이 있으면 흡수나 산란이 일어난다. 흡수와 산란은 진행 방향의 빛이 줄어든다는 점에서는 그 효과가 같으나 물리적으로는 서로 다른 현상이다. 흡수는 빛이 물질에 흡수되어 자신은 사라지는 경우이고, 산란은 빛이 사라지지는 않으나 진행하는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흡수는 특수한 조건에서만 일어나게 되므로 대부분의 상호 작용은 산란의 방식을 따른다.
  이제 빛이 대기를 통과하면 물질에 의해 산란된다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며 상호 작용이 많을수록, 즉 대기의 밀도가 클수록 산란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런데 산란이 일어나는데 왜 노을이 생길까? 노을이란 하늘이 붉게 보이는 것을 말하므로 태양이 방출한 빛 중 붉은 빛을 가지는 긴 파장이 우리 눈에 많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다. 그 이유는 산란이 파장에 따라 다르게 일어나기 때문인데, 파장이 긴 붉은 빛은 산란이 잘 일어나지 않고, 파장이 짧은 푸른빛은 산란이 많이 되어 주변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 결국 산란이 덜 된 붉은 빛이 대기를 통과하여 우리 눈에 많이 들어오는 것이다.
  정리하면 빛과 물질이 상호 작용할 때 태양이 방출한 빛 중 파장이 긴 빛은 산란이 덜 일어나고 파장이 짧은 빛은 산란이 많이 일어나 노을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하늘을 푸르게 보이는 이유도 이제는 명확해진다. 산란으로 진행 방향에서 벗어난 짧은 파장의 빛은 계속 산란이 일어나게 되므로 하늘의 모든 방향으로 가게 되고 우리가 하늘의 어느 방향을 보든 하늘이 푸르게 보이는 것이다. 왜 짧은 파장의 빛이 긴 파장의 빛보다 산란이 잘 일어나느냐고? 암초가 드문드문 드러나 있는 바다에서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본 사람은 이런 질문을 하지 않으리라. 파장이 긴 큰 파도는 암초를 쉽게 넘어오나 파장이 짧은 파도는 암초에 쉽게 부서져 해안 까지 오지 못하지 않던가?

 

 안홍배 지구과학교육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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