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 명칭이 역명에 기재됨에 따라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을 둘러싼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문전역의 명칭이 ‘국제금융센터ㆍ부산은행역’으로 변경됐다. 공공시설물인 지하철역의 이름에 민간 기업 명칭이 포함된 것은 부산도시철도 역사상 최초다. 이 때문에 부산은행을 둘러싸고 각종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수상한’ 역명 변경 과정
  지난해 11월, 부산교통공사는 문전역의 이름을 ‘국제금융센터ㆍ부산은행역’으로 변경하겠다고 공고했다. ‘주민들이 역명 변경을 요청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문현동 주민들이 원했던 역명은 국제금융센터ㆍ부산은행역이 아니라 ‘문현금융단지’였다. 2013년 11월, 문현동 주민자치위원회은 역명을 ‘문현금융단지’로 변경해 줄 것을 건의했기 때문이다. 당시 ‘갑작스런 역명 변경은 주민의 혼란을 야기한다’며 이를 거부했던 부산교통공사는, 불과 1년 만에 ‘시민의 요청으로 변경했다’며 입장을 바꿨다.
  역명 변경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 3월, 부산교통공사는 지역 사회 10개 기관에 역명 변경에 관한 의견을 수렴했다. 그러나 의견 수렴 대상 기관에 ‘부산은행’이 포함돼 있었다.

전국에서 가장 긴 이름, 심의 규정에 위반
  역명 변경에 따라 ‘국제금융센터ㆍ부산은행역’은 전국에서 가장 이름이 긴 지하철역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이 명칭은 <역명심의위원회 운영 규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역명 심의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었다. △해당 지역과 연관성이 뚜렷한 명칭 △발음상 혼란이 없고 부르기 쉬운 명칭 △가급적 짧은 음절 등 규정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역명심의위원회는 △부산국제금융센터 △문현금융단지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 등 명칭 후보안 중 가장 긴 이름을 선택했다.
  부산교통공사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교통공사 경영본부 관계자는 “부산은행은 부산 지역 대표은행으로서 지역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이를 감안해 역명 변경이 이뤄졌으니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왜 하필 ‘부산은행’인가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A(문현동, 64) 씨는 “문현금융단지로 변경된다는 말은 들었는데 뜬금없이 다른 이름이 등장했다”며 “문현동 인근에 금융 기관이 많은데 왜 부산은행 이름만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현금융단지에는 부산은행 외에도 한국은행 부산지점, 한국거래소 등 10개가 넘는 금융기관이 위치해 있는 상태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공공성을 띄는 기관도 많은데 굳이 부산은행만 역명에 기재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 병행 표기 수익도 포기
  역명 변경을 둘러싼 의문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부산교통공사가 역명 병행표기에 따른 수익금을 포기하고 부산은행에 주역명을 내줬기 때문이다.
  부산교통공사는 시민 편의를 위해 도시철도에 ‘주역명’과 ‘부역명’을 동시에 표기하고 있다. 우리학교 인근 장전역의 경우, 주역명으로 장전역, 부역명으로 부산가톨릭대를 사용하고 있다. 부산 도시철도 전체에서 두 개 이상의 역명을 병행 표기를 하고 있는 곳은 30곳에 이른다.
  하지만 민간 기관이 부역명에 표기되기 위해서는 병행 표기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 부산가톨릭대, 해운대백병원 등 12곳의 민간 기관이 병행 표기 사용료로 한해 최소 3천만원선에서 9천만 원을 지불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가 병행 표기로 얻는 수익만 한해 6억 원이 넘는다.
  그러나 부산은행은 사용료도 지불하지 않고 단숨에 주역명을 차지했다. 부산교통공사가 이를 허가했기 때문이다. 시민 반응은 부정적이다. 김도현(망미동, 18) 씨는 “돈을 지불하고 역명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으며 “홍보 효과가 엄청날 텐데 부산은행에만 사용료를 받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가 내놓은 해명은 궤변에 가까웠다. 경영본부 관계자는 “부산교통공사가 주역명에 부산은행을 표기 하지 않는다고 해도, 부산은행 측이 역명 병행 표기를 요청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교통공사 측이 병행 수익료를 포기했다는 비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B(안락동, 21) 씨는 “부산은행이 병행 표기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면, 역명에 부산은행을 표기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결국 시민단체는 부산교통공사 사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부산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양미숙 사무처장은 “공기업인 부산교통공사가 연간 수천만 원대의 병행표기 수익을 포기한 것은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로 볼 수 있다”며 “특정 기업을 위해 시민의 혈세를 낭비한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