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희로애락’이라고 하지만 분노와 슬픔 같은 감정이 썩 달갑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뉴스는 연일 사회의 문제점만을 콕콕 짚어주고, 사람들은 소주 한잔과 함께 슬픔과 후회를 털어놓는다. 슬픔이 없다면, 위험과 고통이, 가난과 차별, 후회가 없다면 얼마나 행복한 세상이 될까? 

  책 속에 펼쳐진 이 세상은 어쩐지 좀 특별해 보인다. 차별은 사라지고 평등만 남은, 어떠한 고통도 없는 ‘완벽한 사회’. 하지만 이곳이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자신의 꿈과 감정을 공유한다. 마을에서 정한 규칙이기 때문이다. 구성원 모두가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이 마을은 언제나 평온하고 고요하다.
  직업 체계도 독특하다. 열두 살이 되면 위원회에서 정해준 직위에 따라 직업 훈련을 받는다. 오락 지도자, 복지사, 재판관 등 모두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가고, 노인이 되면 자신의 직업에서 물러나 임무 해제 축하식을 치른다. 사람 사이의 소통이 원활한 데다가 취업난도 없고 정년퇴임을 해도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사회. 그래서일까, 그들은 항상 행복하고, 화목하고, 기쁘다. 기억 전달자는 이러한 마을의 상태를 ‘늘 같음 상태’라고 표현한다.
  열두 살이 된 주인공 조너스는 마을의 위원회로부터 ‘기억 전달자’라는 직위를 부여받았다. 마을에 단 한 명밖에 없는 기억 전달자는 가장 영예로운 직위로 추앙받는다. 기억 전달자는 마을 사람들이 모르는 ‘기억’을 후대의 기억전달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모든 고통과 위험, 슬픔, 죽음은 기억 전달자만이 기억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세상은 ‘늘 같음 상태’에 머무른다.
  “절 사랑하세요?”
  조너스는 ‘사랑’이라는 기억을 전달받고는 부모님께 질문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대답했다.
  “제발 말 좀 정확하게 하렴! … ‘어머니 아버지는 제 성과에 자부심을 느끼세요?’라고 물었어야지”
  낭만과 감성은 ‘오글거림’으로 귀결되는 우리 사회 역시 마을의 규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효율성으로만 따지면 이 마을은 최고의 마을이다. 단 한사람만이 고통의 기억을 가지고 당대의 모든 사람은 ‘늘 같음 상태’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색깔도, 음악도, 사랑도 없다. 모든 분란과 혼란의 소지는 배제하고 철저하게 통제하는 세상. 이 마을에서 산다는 것은 인간이라는 종족을 유지한다는 것 외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뒤처지지 않기 위해, 혹은 평범해지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하는 게 지금 우리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산다는 것은 역시 그렇고 그런 것인가.
  단 하나의 이야기이지만 이 책에는 세상의 모든 문제가 담겨있었다. 전쟁, 안락사, 장애인 차별, 산아 제한 정책, 노인 문제 등 어느 하나 빠진 것이 없다. 저자 로이스 로리가 청소년을 위해 쓴 소설이지만, ‘실은 어른을 위한 동화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저자는 이 담백한 이야기로 수많은 철학적 물음들을 던져놓았다. 누군가는 이 책을 통해 자유를, 누군가는 삶을, 사랑을, 그리고 정치를 떠올릴 것이다. 물론 그 답이 무엇이든 정답은 없다.
  “내 인생은 여기에 있다 … 오직 내 안에. 기억들이 있는 곳에”
 
 로이스 로리의 소설 <기억 전달자>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더 기버:기억전달자>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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