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앞 극장의 상영 예정작 중 국산 애니메이션은 없다

역대 국내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20위 권 내 국산 애니메이션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 유일하다.­

  ‘Let it go ~’, ‘Do you want to a build a snowman~’ 누구나 한 번쯤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곡을 들어봤을 것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역시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흥행한 애니메이션인 <마당을 나온 암탉>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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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로보트 태권V>와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본격적으로 국산 애니메이션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난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이 220만 명, 2012년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이 10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에서의 경쟁력도 갖춰가기 시작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해 개봉한 <겨울왕국>의 흥행은 국산 애니메이션의 흥행성적을 모두 잊게 만들었다. 애니메이션 사상 첫 1,000만 명 돌파를 시작으로 영화에 등장한 캐릭터, 대사, 노래가 유행했다. 얼마 전 개봉한 <빅히어로>도 ‘베이맥스’란 캐릭터가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관객의 관심 속에 국산 애니메이션은 없었다.
  국산 애니메이션이 해외의 것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을 꼽았다. 김영진(디자인) 강사는 “애니메이션을 문화로 여기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이를 산업으로 보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시로 <원더풀 데이즈>를 들 수 있다. 초기 이 작품은 획기적인 기획으로 투자자들에게 많은 투자를 받았다. 감독은 영화에 쏟아지는 많은 기대와 투자에 부응하기 위해 개봉을 늦추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러나 이미 개봉시점을 놓쳐버린 영화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고, 투자자들은 투자에 비해 수익이 없자 곧바로 투자를 중단했다. 이에 대해 김영진 감독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도 문화의 일부’라는 시각으로 지원한다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무작정 산업으로 보고 수익만을 기대한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의 편견 역시 문제다. 전유진(한문 12) 씨는 “애니메이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왠지 국산보다 해외의 것이 더 질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개봉한 <오세암>을 기획한 관계자는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한국치고는 잘 만들었네’라는 식으로 말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산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왜곡된 시선 역시 국산 애니메이션이 저평가 받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부족한 자본 때문에 좋은 질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드는 비용은 일반 영화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그만큼 많은 투자를 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애니메이션 기획자 최태신 씨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필요한 금액에 비해 투자금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 인력의 부족 역시 하나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로 해외 애니메이션의 하청업을 한다. 핵심이 되는 연출이나 극본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의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 3D 애니메이션회사 관계자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다시 학원에 가서 필요한 것들은 추가로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우리학교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해 실제 업계로 진출하는 경우가 10퍼센트에 못 미치는 것이다. 김영진 강사는 “공부를 하는 기간이 힘들 뿐만 아니라 실제 업계로 진출할 수 있는 비율도 적다”며 “이 때문에 많은 전공자들이 그만두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들에도 여러 전문가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김영진 강사는 “한국은 분명 해외와 견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더 많은 경험을 쌓는다면 충분히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동주(디자인) 강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자생적으로 성장하기 힘든 상태”라며 “정부의 계속적인 도움으로 가능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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