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의 노후화& 케이블 프로그램의 다양화

  올해가 벌써 케이블 출범 20주년이다. 케이블 채널 등장 초반에는 프로그램의 제작방식이나 완성도 측면에서 지상파는 단연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케이블 채널인 tvN, Mnet, 그리고 종합편성 채널인 JTBC의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뉴스마저도 지상파보다 높은 평가를 받거나 혹은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한마디로 현재 한국사회의 방송채널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은 세대별로 채널을 선택하는 취향이 완전히 구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이블 채널인 tvN의 인기 프로그램 <삼시세끼>가 시청률 13%를 웃도는 결과를 나타내면서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지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짧은 글에서 국내 방송산업의 구조적 특징과 채널별 특징, 프로그램의 특징이 결정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간략하게나마 현재 국내 방송프로그램의 변화되는 특징과 그 의미들을 잠깐이나마 짚어보려고 한다. 종편 채널이나 케이블 채널의 모든 프로그램이 좋은 평가를 얻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지상파 채널의 사회문제를 고발하거나 삶의 의미들을 짚어내는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정형성을 벗어나는 제작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단연 케이블 채널이 앞선다. 특히 KBS <1박2일> PD였던 나영석 PD는 KBS를 떠나 CJ E&M으로 자리를 옮겼고, 케이블 채널 tvN에서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지상파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노인과 중년 여성의 삶을 다루는 이야기를 다루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게다가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사람들을 배려하는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전해주었다. 정선에서 밥 세끼를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해결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 <삼시세끼> 역시 시청자들의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번외편인 어촌편도 케이블 예능 최고의 시청률을 방송되는 매주 기록하고 있다.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은 등장인물들의 진솔한 모습을 이끌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삶을 살아가는 데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고민과 삶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리를 한다는 것은 여성의 의무이자 책임이었다는 기존의 가치관을 바꾸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요리를 하는 사람을 ‘차줌마’(차승원과 아줌마의 줄임말)라고 부르며, 밖에서 물고기를 잡아오는 사람을 바깥사람이라고 부르는 젠더적 정형성이 강한 자막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비판적으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의 몫인 것 같다. 
  그 외에도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 <비정상회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Mnet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 <쇼미더머니>, tvN의 <수요미식회> 등의 프로그램 역시 지상파에서 자주 다루지 않았던 소재들을 프로그램으로 완성시키면서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요리하는 전문가에 대한 또 다른 관심과 더불어 일반인들도 누구나 냉장고의 음식을 가지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한국사회에서의 요리와 맛의 역사에 대한 정보와 맛있는 음식을 볼 수 있는 <수요미식회>, 음치여도 노래를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날 수 있는 <너의 목소리가 보여>, 세계 다양한 나라 출신의 외국인들이 모여 한국의 문화에 대해 얘기하는 <비정상회담>, 10대들의 이야기와 학교생활을 볼 수 있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새로운 컨셉의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는 케이블 프로그램은 다양한 세대와 연령대의 생활을 보여준다. 한국사회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의미,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는 세대들의 삶, 여성과 남성의 역할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룬다는 점이 인기요인일 것이다.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내용을 기준으로 지상파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시청자의 일상성에 부합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은 현재 케이블 채널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다. 케이블이 더 주목받으면서 나타나고 있는 ‘지상파 예능의 노후화’라는 비판적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상파 프로그램만의 경쟁력을 갖춘 프로그램이 제작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과 즐거움이 시청자에게 주어지기를 바란다.
 
 이종임 고려대 강사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