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스노우보딩을 취미로 해온 것이 이제 햇수로 7년째에 접어들었다. 30대에 접어들며 시작한 취미생활이지만 어느덧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이어지며 남들 못지않은 고가의 장비를 갖추고, 자격증을 따서 이제 막 스노우보딩에 입문하는 이들을 강습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모든 레저나 운동들이 그렇듯이 수준이 올라갈수록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되고 나 역시 겨울 시즌이 시작되면 비싼 강습료를 지불하고 수석 강사에게 강습을 받고 여타 동호회나 레이싱 팀들과 기술교류를 하곤 한다. 

  점점 다른 사람보다 더 빠르게, 더 안정적인 자세로, 더 높은 경사도에서 타는 것을 추구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스키장 가는 것이 즐거운 취미생활이 아니라 마치 트레이닝을 하러 훈련장에 나가는 기분이 들기 시작하였고, 기술적인 발전이 생각처럼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혼자 슬럼프에 빠져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였다. 이번 겨울 시즌에도 슬럼프에 빠져 우울해 있을 때, 평소 사용하던 레이싱 보드를 두고 2~3년 전 사용하던 프리스타일 보드를 가지고 슬로프에 나간 적이 있다. 자세고 타이밍이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슬로프를 내려가기만 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고 그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그래, 스노우보딩이란 것이 이렇게 재미있고 행복한 것이었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다시금 학교로 돌아와 대학원을 다니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나부터 한 주 한 주 수업준비에, 과제에, 직장생활을 그냥 버텨나가기 급급하여 힘들다는 투정을 부리곤 한다. 학교에서 후배들이나 직장동료들과의 대화도 대부분 자신이 지금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이 대부분이다. 
  비록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30대 후반에 이른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시간이라는 것이 정말 빨리 흐르고 결국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 유한한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유한한 인생을 힘들어하고 한숨 쉬면서 보낸다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 아닐까. 다들 큰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면서 지금은 힘들지만 목표점에 도달했을 때 행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목표점에 도달하면 또 다른 목표가 생기고 또 그걸 위해 힘들게 달려가야겠지. 그걸 행복한 삶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행복해야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 아닐까?
  학업이, 직장생활이 내 삶의 전부일 수 없듯이 지금의 힘겨움이 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보면, 조금만 내 주변을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면 사소한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행복감을 찾을 수 있다. 캠퍼스를 가득 메우고 있는 청춘들의 싱그러움에서 이제 곧 교정을 가득 메울 형형색색의 꽃들에 대한 기대감까지 당장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은 얼마든지 있다. 열심히 사는 것?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훗날 내 삶을 돌아볼 때 난 참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내가 꿈꾸는 삶이다. 
 변정훈(정치외교 박사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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