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속담이나 격언 중에는 ‘시작’과 관련한 것들이 많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시작이 반이다’, ‘시작이 나쁘면 끝도 나쁘다’ 등등. 다들 아시다시피 이러한 격언을 만든 선조들이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교훈은 당연히 ‘시작’의 중요성이다.
 

  새내기들에게 대학생활의 공식적인 ‘시작’은 바로 ‘입학식’이다. 그리고 새내기들은 그들의 대학생활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자신들을 맞이하는 선배들의 환한 얼굴과 함께 시작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올해 새내기들의 대학생활은 ‘학생자치권 보장’을 외치는 성난 얼굴의 선배들, 이를 제지하려는 본부 직원들과의 만남으로 시작돼버렸다. 본부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두 고래 싸움에 애꿎은 새내기들의 입학식만 망치고 만 것이다.
 

  총학생회(총학) 선거 무산 이후 총학생회를 대신하고 있는 비대위와 본부와의 관계는 ‘시작’부터 평행선을 달렸다. 본부는 ‘대의원총회 인준’, ‘비대위의 대표성’등을 이유로 비대위를 인정하지 않았고 비대위는 ‘학생자치권 탄압’이라며 본부를 규탄했다. 이후에도 비대위는 과학생배움터 지원금 문제, 창원대 통합 문제를 놓고 학생들의 대표자 입장으로 끊임없이 의견을 전달하려 했지만 본부는 귀를 닫았다. 입학식과 관련해서도 2차례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본부는 이를 외면했다. 갈등은 곪아만 갔고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둘의 갈등은 결국 입학식을 계기로 터져버린 것이다.
 

  또 다시 반복이다. 2007년 학내상업시설(효원문화회관) 건립 논란, 2008년 넉터 개선 사업 때도 그랬듯이 학생회는 무언가를 말하려하고 본부는 들으려하지 않는다. 대화와 설득을 통해 서로간의 합의점을 찾아야 할 마당에 원활한 대화조차 되고 있지 않으니 올바른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 될 리 없다. 결국 본부의 면담 거절로 인한 소통부재의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본부와 학생회간의 소통부재는 매년 등장하는 레퍼토리이긴 하지만 결국 해답이 대화, 소통이라는 것은 본부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입학식 사건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현장에서 대화를 통해 합의를 본 것처럼 서로 한 발씩만 물러섰다면 대화로 충분히 해결 할 수 있는 문제였다. 굳이 싸우고 다투는 모습을 새내기들에게 보여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또한 대화를 나누는 방식에서도 서로를 공격하고 상처 내는 것이 아닌 존중하고 설득하는 대화가 필요하다. 학생회와 본부는 일반학생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기관들이다. 그러므로 둘은 서로를 깎아내리고 공격하는 ‘피구(避球)의 대화’가 아닌 서로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존중하는 ‘캐치볼의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얼마 뒤면 2만 효원인의 대표자를 뽑는 총학생회 선거가 열린다. 선거를 통해 새로운 총학생회가 선출되면 학생회와 본부의 관계는 새로운 시작, 즉 첫 단추를 끼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정말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시작이 반이고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고 시작이 좋아야 끝도 좋다’는 옛 선조들의 격언을 잊지 말자. 매년 반복돼왔던, 불과 며칠 전까지 반복돼 왔던 ‘학생회와 본부와의 소통 부족으로 인한 갈등’과 같은 지겨운 레퍼토리는 이제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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