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직장을 다니고 싶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생님, 연예인, 의사 등의 직업군 외에 특별한 일에 목표를 갖기 전, 사람들은 우선 ‘보통의 수준’이 되기 위해 자기 계발에 매진한다. 원하는 일을 찾았을 때 그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다. ‘보통의 수준’이 되는 방법으로는 소위 ‘스펙 9종’으로 불리는 학벌, 학점, 어학 성적, 봉사활동, 공모전, 자격증, 인턴 경력, 어학연수, 외모 관리가 있다. 평범한 사람이 되기가 참으로 어렵다. 

  필자는 이번 학기가 마지막 학기이기에 대기업 채용 설명회와 상담회를 다니며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취업 원서를 쓰면서 나름 대학 생활과 대학원 생활을 잘한 것 같은 기분에 우쭐하다. 이력서를 채운 여러 숫자와 경력들이 나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처럼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겸손한 척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란 듯 쿨한 척을 한다. 하지만 필자보다 스펙이 좋은 사람을 만날 때면,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는 집에 가서 그것에 대해 검색해본다. 혹시 그 자격증은 얼마나 준비해야 취득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력을 다 기재하고 나면, 자기소개서 질문에 대한 답을 적는다. 이때만큼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킬미힐미>의 남자 주인공과 같은 다중 인격이 되어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사람이 되려면 전공 지식에 해박하고 학점이 좋으면서, 책과 신문을 통한 교양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격증과 어학 점수를 위해서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지내면서도, 동아리 활동이나 공모전 준비를 통해 인맥이 넓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원칙과 지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되어야 하고, 목표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소통해야 한다. 서로 충돌하는 것들을 상충하지 않는 것처럼 지금까지의 경험과 경력들을 인재상에 따라 ‘자소설’을 작성한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문제점을 반복적으로 느끼면서도 왜 계속해서 자기 계발과 스펙에만 집착하는 것일까?자기 계발은 사람을 안심하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계획하고, 매진하게 해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또한, 이러한 수고스러움이 자신을 다른 사람보다 빨리 구원(성공)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신앙을 갖게 하여 사람을 안심하게 한다. 반면, 사회는 자기 계발을 실패한 사람들에게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부르며, 개인에게 실패의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
  스펙 쌓기를 무시하거나 그것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속물이라 몰아세우고 싶지 않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자기 계발인지 돌아보고,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는 점검해 보아야 한다. 3월이 되어 캠퍼스의 신입생들을 보며, ‘진리, 자유, 봉사’의 정신을 가진 교양있는 엔지니어가 되고자 학교에 들어섰던 자신을 떠올린다. 우리는 학점과 토익을 ‘진리’로 여기고, 최저 시급 알바와 열정 페이에 ‘봉사’하여, 해외 배낭여행으로 ‘자유’를 누릴 계획을 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에게 물어보자. 서로에게 질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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