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파괴 운동(Luddite movement)을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 대학생들과 그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취업과 청년 실업 문제일 것이다. 필자도 그런 학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런데 사회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주범이라고 본다.
  필자가 1970년대 중반에 컴퓨터를 막 배울 때 이런 우스개가 있었다. ‘쉰 사람이 할 일을 이 컴퓨터 한 대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쉰 명의 사람이 있어야 이 컴퓨터가 돌아갑니다’ 그때는 비싼 컴퓨터 임차료와 프로그래머 월급 때문에 비용을 줄이지는 못 했다.
  그런데 2000년쯤부터 일반인들이 컴퓨터를 널리 쓰게 되면서 세상은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뭘 사려고 할 때 스마트폰이나 자판을 두드린다. 대표적인 보기가 책. 지금 동네 책방은 거의 다 사라졌다. 이처럼 인터넷 쇼핑이 발달하면서 동네 가게가 사라지고 일자리가 없어졌다. 
  이처럼 컴퓨터를 쓰면서 인력을 줄일 수 있게 되자 대규모 실업이 생겨났다. 이런 실업 사태는 그 전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보기가 나폴레옹 전쟁 기간인 1810년대의 영국 중북부의 섬유 공업 지대. 대규모 실업과 저임금의 원인이 산업 혁명 때 만들어진 기계라고 보고, 양말과 레이스를 만드는 기계를 부수는 기계 파괴 운동을 벌였다. 이를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라고 하는데, 러다이트는 기계를 부수었다는 ‘러드(Ludd)’라는 사람 이름에서 나왔다.
  그런데 그때 기계는 자본가의 것이었지만, 오늘날 컴퓨터는 자본가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많이 쓴다. 그래서 컴퓨터를 부술 수도 없을 듯하다.
  취업이 어려운 이런 상황이 앞으로 쉽사리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너만 열심히 하면 잘 되게 되어 있어”, “젊을 때는 원래 힘들어”,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 “할 수 있다고 믿고 열심히 하면 돼”, 이런 말은 틀렸으니 믿지 말라.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것이 있으며, 젊을 때 고생한다고 나중에 잘 된다는 보장이 없다. ‘힐링’도 20대의 마음을 고쳐주지 못 한다. 
  대학생들이여, 취직 안 되는 것이 여러분 개인의 노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혼자 노력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인 실업(structural unemployment)’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 요구를 지지해야 대학생 여러분들의 앞날도 좀 더 나아질 수 있는데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듯하니 안타깝다. 
  내 옆의 사람들이 경쟁의 상대이긴 하지만, 또한 아픔을 같이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이고, 연대해야 할 벗이라고 생각하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기 바란다.

  끝으로 오찬호 씨가 지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라는 책을 소개한다. 요즘 대학생들의 생각을 잘 분석하였다. 보기를 들어 여러분들이 즐겨 입는 운동복(야구 잠바)에 대해 사회학적 관점으로 분석하였는데 참 재미있다. 운동복 입고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이여,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이 있으니 운동복 부분(책 154~165 쪽)만이라도 꼭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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