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때부터 회 맛을 알아버렸다. 흔히들 바닷가에 살면 “정말 회를 많이 먹냐”고 묻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어렸을 때 기장에 살았던 나는 친척들이 모였다 하면 대변항 앞의 동백횟집으로 갔다. 바닷가에 살지 않아도 회는 맛볼 수 있는 게 요즘 세상이지만, 정말이지 바다 앞에서 먹는 회는 차원이 다르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다. 기장에도 고리 원전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막연한 두려움은 현실로 벌어졌다. 지난해 2014년 11월, 원전 주변의 해조류에서 방사능 물질인 ‘요오드-131’과 ‘삼중수소’가 발견된 것이다. 더 이상 고리 원전과 가까운 대변항에서 마음 놓고 회를 즐길 수 없게 됐다. 
  부산시는 지난 2009년, 바닷물을 수돗물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설비를 착공해 지난해 2014년에 완공했다. 그러나 이 시설은 현재 8개월째 가동되지 않고 있다. 담수화된 물에서 방사능 물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에 부산 시민들은 담수화된 물이 공급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회도 모자라 이젠 수돗물의 안전성까지 걱정해야 할 판인 것이다. 
  부산시는 지난 2008년 해수담수화 시설이 걸린 국가 공모 사업을 무작정 밀어붙였다. 해수담수화 시설은 사실 우리나라에 필요한 사업이 아니었다. 담수화 시설은 물이 부족한 지역을 위한 것이지만 부산시는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해수담수화로 생산된 수돗물은 기존 수돗물보다 생산 단가가 높기까지 하다. 애초에 설치한 목적도 사막이 많은 중동 지역에 수출하기 전 시험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해 12월, <부산일보>는 여수시에서도 본 사업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타당성이 부족해 포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회 뜨듯이 부산 시민에게 해수담수화 사업을 떠본 부산시 당국. 과연 이 사업에 어떤 가능성이 있어서 추진한 것인지 궁금하다. 부산 시민에게 외면받는 사업이 다른 나라에서는 각광받을 수 있을지 심히 걱정도 된다.
  부산시는 해수담수화 사업의 적자 해결 방안도 당장 고민해야 한다. 지난 1월 부산시는 완공을 위해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광주과학기술원, 두산중공업, 부산시가 1,954억 원을 들였다. 담수화 사업은 생산 단가가 높아 적자가 날 가능성이 높다. 사업 명목은 국가연구개발 사업이므로 2018년까지는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한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측은 “2018년 이후로는 무조건 부산시가 인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며, “적자 해결을 못한다고 해도 정부에게서 인수하지 않으면 상관없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발로 물 공급도 중단된 상황에서 어떻게 적자를 해결할지는 의문스럽지만.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공한 국가사업은 없다. 시 당국은 ‘시민들의 반대가 잠잠해지면 다시 사업을 단행하면 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태도는 더욱 강경한 시민들을 만들 뿐이다. 부산시, 이미 방사능에 취해버린 것은 아닐지 의심이 든다. 

 신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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