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캠퍼스는 빈자리를 채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막 사회인이 된 졸업생들의 빈자리를 고등학교를 막 나온 신입생들이 채운다. 대학생활에 익숙한 제자들을 떠나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서툴고 산만하지만 호기심 가득한 어린 눈망울이 채워준다. 신입생, 재학생, 졸업생 그리고 교수들까지 삼월이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문제는 급격한 환경변화에 노출된 대학 신입생이다. 불과 몇 개월 만에 강제성과 타율성으로 지배 받던 생활에서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생활로 바뀌기 때문이다. 많은 신입생들이 고등학교 삼년동안 오로지 입시준비를 하느라, 쌓이고 쌓여 굳어버린 나쁜 습관을 그대로 가지고 대학 일학년을 맞이하곤 한다. 수강신청부터 학점관리까지 부모의 힘을 빌리는 대학생들은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생긴다. 그래서 새내기들의 방향상실과 주의력저하는 매년 신학기, 대부분 일학년이 수강생인 교양수업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들의 단골 지적사항이기도하다. 나쁜 습관과 산만한 태도로 겪을 피해는 고스란히 본인의 몫임을 자각해야한다.
  대학생활 이제 시작이니 시간이 넉넉하다고 생각하는 신입생들이 많을 것 같다. 취업준비를 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을지 모르겠으나, 전공영역을 다지고, 다양한 고전을 탐독하는 데는 넉넉한 시간이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일학년 때 쌓아야할 교양과 전공기초, 읽어야할 고전이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학년 때 해야 할 학문영역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젊은이에게 넉넉한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그때 시기에 맞춰 할 일이 있을 뿐이다. 
  대학 첫 일 년이야말로 입시준비를 하느라 미뤄두었던 문학작품, 역사서, 철학서, 사회과학서 등을 탐독하면서, 억눌렀던 지적호기심을 채우기에 적기이다. 이때가 입시준비를 위한 타율적 독서와는 성격이 다른 자발적 독서가 가능한 시기이다. 시간에 쫓기던 심리에서 벗어나 비교적 느긋한 이 시간이야말로 마음과 정신을 풍요롭게 해주는 책읽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교양의 자양분이 가장 잘 흡수되는 시기도 바로 이때이다. 고학년이 되어 취업준비와 스펙 쌓기에 허덕일 때, 빈약한 일반 교양수준을 끌어올리기는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후회하는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당부한다.
  특정한 전공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 혹은 학자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르트르의 말을 빌리자면, 지식인은 자신의 전공분야와 무관하게 사회의 불의에 항거 ― 그것이 특정국가나 집단에 금기시되는 것이라도 ―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지식인이 바로 (실천적 지식을 가진) 전문가와 학자집단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생이 된다는 것은 전문가와 지식인이 되는 길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장차 언어학자 촘스키로 남느냐, 아니면 전문가를 넘어 불의에 항거하는 지식인 촘스키가 되느냐하는 것은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있다.
  학점관리와 스펙 쌓기, 취업준비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보다 큰 세계의 질서와 사회정의에 시선을 돌릴 줄도 알아야한다. 파편화되고 고립된 자아만을 보듬을 것이 아니라 세계 속의 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나를 파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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