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바쁜가? 그렇다면 왜 바쁜가? 요즘 주변에 바쁘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학년이 올라가서일까. 대학생의 신분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었던 일들, 가고 싶었던 곳들, 먹고 싶었던 것들을 하러, 가러, 먹으러 다니느라 다들 바쁘다.
  바쁘고 싶지 않지만 바쁨을 강요받는 사회의 영향도 없지 않아 보인다. 방학이라고 집에 있으려니 할 일 없으면 여행이라도 가라는 부모님. 여행이라는 단어에 ‘~라도’라는 조사가 참 어울리지 않는다. 대학생이면 여행도 다니고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는 게 당연해진 것 같다. 대외활동을 비롯한 여러 활동들이 이제 취업용 ‘스펙’이 되어 한두 개로는 모자라는 세대이다 보니 사회적으로도 대학생에게 쉴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나는 바빴다. 지금도 바쁘긴 하다. 하는 일 하나 없이 무의미하게 보냈던 여름방학을 반성하며 2학기는 열심히 살기로 결심한 뒤, 두 개의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하고, 동아리 생활과 학과 생활을 병행하며 바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보람이 없다. 바쁘게 살았다는 것으로 위안 삼으려 해도 바빴다는 것이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기에 씁쓸하다. 무엇을 위해 바쁘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하고 싶었다. 대외활동, 동아리를 비롯해 심지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도 있었다. 욕심이었다. 이것저것 다 하다 보니 어떤 것 하나에 깊게 참여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욕심으로 채웠던 바쁜 일정들은 정신적 압박과 신체적 피로만 남겼을 뿐이었다.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들보다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바쁨의 목적이 처음부터 보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왜?’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바빠져야 한다. 마음먹은 대로 바쁠 수 있는 시기, 젊음을 잘 이용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단 무엇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분명한 방향성을 가진 바쁨이어야 한다. 학생으로서, 학생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참여하고 보자는 식의 태도보다는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활동들로 바쁘다면 훨씬 보람 있지 않을까.
  한 블로그에서 대학 생활에서 느낀 것을 적은 글을 인상적으로 보았다. 
“사실 더하는 것보다 더 많은 용기가필요한 것은, 바로‘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떤 활동들을 더 하고, 어떤 경험들을 더 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어떤것들을더빼서내가하고있는 것에 좀 더 집중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다”
  굉장히 일리 있는 말이다. ‘넘치면 모자라는 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너무 많은 것들을 잡으려 바쁜 것보다는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 대상을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바빠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 중에는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고, 일하지 않으면 학교에 다니기 힘든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느끼는 바쁨에 우리는 동정할지언정 공감과 위로는 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같은 단어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서로를 보며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나를 비롯한 바쁜 대학생들이 그저 바쁨을 위한 바쁨만을 추구하지는 않았는지, 목적 없는 바쁨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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