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화(역사교육) 교수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모든 사람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많은 의문점을 갖게 했다. 많은 의문점 가운데 하나는 해경이 적극적으로 구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겠지만, 혹시 당시 해경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승객들을 구해야 하지만, 만약 내가 여기 들어가서 다치거나 돌아올 수 없기라도 한다면 과연 내 연금은 어떻게 될까?’ 다시 말해 해경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위기의 순간에 주어진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거나, 직분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애써 얻은 자신의 지위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나아가 정년을 무사히 맞이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해경은 범죄자라고 보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하물며 ‘악마’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해경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일례로 매일 텔레비전 뉴스에 비춰지는 정치가들을 보면 ‘왜 저렇게 어려운 선거를 거쳐서 굳이 정치를 하려고 했을까? 설마 외국 순방할 때마다 마일리지 쌓고, 연금이나 두둑하게 받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든다. 이른바 신문에 나오는 고위층 인사들을 볼 때마다, 그저 자리보전만 하거나, 그 지위를 즐기기만 하는듯한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그 어떤 무엇인가가 되고자 한다. 국회의원, 연예인, 의사, 판사 등. 여기서 문제는 정작 그 직업을 가진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는 아무도 고민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하루하루 삶을 그저 피동적으로만 받아들일 뿐, 사회를 위하여 자신이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조차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현재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가장 중요한 현안 가운데 하나는 장기 불황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과거에 호황을 누리고 있었을 때조차 ‘이 풍요를 통해서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단 한 사람이라도 제기했다는 기억은 없다.  
  누군가에게 ‘너는 꿈이 무엇이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라는 질문을 듣는다면, 거의 예외 없이 그 의미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가’일 뿐이다. ‘꿈=직업’으로 등치되고 있기에, 막상 그 직업을 갖게 되면 예외 없이 그 직업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할까만 고민하지, 그 직업을 통해서 어떤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 나아가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배부른 고민’이라는 핀잔만 받게 된다. 
  애초에 취직 자체가 힘든 작금의 현실에서 그 직업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 생각할 것을 권하는 이 글은 어쩌면 학생들로서는 사치스러운 푸념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직업을 갖는 것이 차츰 특권이 되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만약 이런 식의 수동적인 자리보전까지 용인한다면, 이 사회는 더욱 더 정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설령 제2・제3의 세월호 사태가 오늘 다시 일어난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그런 끔찍한 순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악순환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라도 ‘어떻게 하면 직업을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보다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지금 이 사회에 더욱 절실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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