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광대학교 <원대신문>김정철 부편집장

   “이제 학생회비 안 내려고” 친구의 말에 흠칫 놀랐다. 학생회비 납부를 학생의 의무라고 줄곧 주장해왔던 친구이기에 그 말이 더 무겁게 다가왔다. 이는 비단 친구만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이번 선거로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가 무너졌다. 선거는 시작부터 흑색선전으로 얼룩졌다. 부총학생회장을 지내다가 이번에 총학생회장으로 출마한 후보자의 SNS에는 그에 대한 각종 폭로가 이어졌다. 장학금을 강탈하고 로비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근거는 없었다. ‘나는 안다’라는 논리였다. 후보자는 해명을 늘어놓으며 ‘너는 깨끗하냐’는 식의 반박을 이어나갔다. 악순환은 계속됐고 이 과정에서 현직 단과대학 회장 및 중앙운영위원 심지어 지난 6·4 지방선거 후보자 등이 거론되며 파장이 커졌다. 게시글이 공유되며 해당 후보자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 해당 후보자는 선거에서 대패했고, 폭로자들은 선거가 끝나서야 해당 발언이 사실무근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흑색선전은 시작에 불과했다. 여학생회 후보자 추천인명부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지거나(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하 중선관위원장)이 갑작스레 연락두절 되거나(11일), 비밀투표를 원칙으로 하는 선거에서 투표 정보가 유출되는 등(12일) 선거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선거가 막장으로 치닫는 데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는 시종일관 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조사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여학생회 후보자의 추천인명부 조작여부 건은 검증도 하기 전에 후보자에 대한 자격박탈을 선고했고, 중선관위원장은 잠적했다. 이후 선출된 중선관위원장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2일 간선제로 치러지는 자치기구선거에서 15표 중 7표를 얻어 1표 차이로 낙마한 A 후보자가 한 유권자에게 ‘왜 나를 뽑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폭언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선거 과정에서의 부정이 의심되는 상황임에도 중선관위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거나 해명하는 자리를 갖지 않았다.
 
  중선관위는 단순한 선거도우미가 아니다. 선거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정 후보자에 대해 근거 없는 인신공격이 이뤄지면 이를 제지해야 하며, 선거 과정 중 부정 의혹이 제기될 경우 이를 철저하게 조사할 의무를 갖는다. 하지만 중선관위는 선거에 있어 매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작년 선거철, 중선관위원장에게 치과대학 선거인명부가 분실됐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관리 소홀에 대한 비난이 두려워서였을까, 중선관위원장은 이를 알면서도 침묵했다. 뒤늦게 이 사실이 밝혀졌지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임기를 마쳤다.
 
  중선관위의 존재 이유에 대해 묻고 싶다. ‘사태를 키우지 말고 우리 선에서 끝내자’는 식의 안이한 태도로는 선거가 깨끗하게 진행될 수 없다. 결국 이번 선거도 의혹만을 남긴 채 종결됐다. 이 과정을 지켜 본 학생들이 새로 선출된 학생회를 신뢰할 수 있을까. 학생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학생회가 설자리는 없다. 이는 명분의 상실로만 볼 것이 아니다. 학생회비 납부가 자율납부제로 변경됨에 따라 학생회에 대한 신뢰는 학생회비 납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학생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의 학생회비 납부율은 매년 하향곡선을 그려왔고, 현재는 2명 중 1명꼴로 학생회비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납되는 공물이 없으면 나라의 곳간이 비기 마련이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학생회 예산이 부족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새로 출범하게 될 학생회는 이번 사태를 한낱 해프닝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 학생회를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한 방침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주는 메시지를 간과하고 축하주를 기울인다면, 결국 자기 목을 죄이게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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