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시선 하루 과학 한잔
코스모스? 우주의 여러 이름
  • 이동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4.12.02 17:35
  • 호수 1492
  • 댓글 0

영화 <그래비티>에서 주연 배우인 샌드라 블록은 우주에서 무언가 작업을 하고 있다. 그녀가 타고 간 우주 왕복선에 어떤 물체를 고정시킨 후 일을 하고 있다. 그 고정시킨 물체는 바로 허블 우주 망원경이다. 그녀는 이 망원경에 고장난 부품을 고치고, 또 부품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고 있다.

우주에 망원경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당연히 샌드라 블록이 영화 속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영화를 본 관객조차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1990년에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발사되었다. 지구 상공 610km 궤도 상공에서 머물며 우주 여러 장소의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하고 있다. 그 덕분에 별이 생성되는 장면을 볼 수 있었고, 또한 우주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허블우주 망원경은 발사된 이후 다섯 번의 부품교체와 업그레이드 작업을 받았다.

그런데 망원경의 이름에 있는 허블은 어떤 의미인가? 위대한 천문학자인 에드윈 허블을 기리기 위해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는 20세기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윌슨 산 천문대에 근무하면서 두 가지의 위대한 발견을 했다. 하나는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고, 다른 하나는 우주에는 우리 은하 이외에도 다른 은하가 있음을 알아낸 업적이다.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말은 시계를 거꾸로 돌려 과거로 돌아가면 우주가 지금보다 작았다는 의미고, 계속 과거로 돌아가면 우주는 아주 작은 점에서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빅뱅의 증거를 발견했다는 말이다. 허블은 이러한 발견을 토대로 우주의 나이를 계산하고 싶었다. 허블은 방정식을 만들어 우주의 나이를 계산했다. 또한 멀리 있는 별을 관측했는데, 이 별과의 거리가 우리 은하 바깥에 있음을 알아낸다. 이 시절만 해도 우주에는 우리 은하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허블은 우리 은하 이외에 다른 은하가 있음을 최초로 알아냈다. 현재 우주에는 은하가 수천 억 개가 있고, 그 은하 마다 수천 억 개의 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죽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중 한 권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보면 이렇게 커다란 우주에 대해 세이건은 ‘billions and billions’ 라고 표현하고 있다.

billion이란 단어는 10억을 뜻한다. 20억은 2 billion이다. 2 billions가 아니다. billion‘s’가 붙으면 수십억이 아니라 엄청나게 큰 수를 의미한다. 그래서 ‘billions and billions’를 보통 수천억으로 번역한다. 그래서 이 커다란 숫자를 세이건 숫자(Sagan Numb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주라는 단어에 대해 한 번 알아보자. 한문으로는 宇宙. 그런데 영어에는 우주를 뜻하는 단어가 세 개나 있다. 위에서 말한 우주왕복선이나 허블우주망원경에서의 우주는 스페이스(space)’. 또 칼 세이건의 명작 제목은 <코스모스, Cosmos>. 코스모스도 우주란 단어로 번역된다. 그리고 유니버스(Universe)도 우리는 그냥 우주로 번역한다. 그렇지만 영어로는 세 단어의 뜻이 전혀 다르다. space는 인간의 발길이 닿는 우주를 뜻한다. 우주 왕복선이나 허블 우주 망원경처럼 인간이 직접 도달할 수 있는 우주를 말한다. Universe는 객관적으로 연구하는 우주를 뜻한다. 수천억 개의 은하가 있는 우주는 space가 아니라 바로 Universe. 블랙홀이 있고, 빅뱅의 결과로 태어난 커다란 우주가 바로 Universe. 그렇다면 Cosmos는 어떤 우주인가. 유니버스에 자신의 주관적인 뜻을 담아 표현한 우주가 바로 코스모스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의 한글 번역본을 보면 유니버스나 스페이스는 그냥 우주로 번역했고, 코스모스는 코스모스로 달리 번역했다. 요컨대 이 책의 번역자가 세 단어의 차이를 아주 잘 알고 번역했다는 의미다. 외국의 과학책을 번역하는 데 있어서 해당 언어를 잘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쉽게 말해 원서를 그냥 text로 번역해서는 안 되고, 맥락(context)으로 번역해야 한다는 말이다. <코스모스>의 번역자는 단순한 번역자가 아니다.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였던 홍승수 박사가 번역했다. 이 분은 지금 국립 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 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코스모스>를 읽고 과학자나 천문학자가 되기로 결심해, 뜻을 이룬 사람도 많다. 좋은 책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 <코스모스>는 바로 그런 책이다.

   
 이동환 칼럼니스트

 

이동환 칼럼니스트  press@pusan.ac.kr

<저작권자 © 부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동환 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