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내의 소극장들은 점점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 △인력 부족 △열악한 재정 △관객 부족 등 지속적인 운영난 속에서도 지역 공연 문화의 산실로 꿋꿋하게 맥을 이어왔던 공간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관계자들은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의 소극장 연극계가 힘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문기획자와 기획·홍보 인력이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인력마저 서울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연극배우 ㄱ 씨는 “소극장 연극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디든지 힘들기 때문에 그나마 기회가 많은 서울로 가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부산의 모든 소극장이 문을 닫게 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소극장별 네트워크 형성이 부족하고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 역시 큰 문제다. 우리나라 ‘연극의 메카’라고 불리는 서울의 대학로는 여러 극장들이 한 곳에 모여 중심지를 형성하고 있다. 청춘나비아트홀 강원재 대표는 “대학로는 극장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대중이 연극을 보기 위해 찾아가기도 쉽고, 그 지역을 ‘연극’ 자체로 각인시킬 수 있다”며 “지역적으로 떨어져 각개전투를 해야 하는 입장인 부산은 이러한 측면에서 더 힘들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부산에서 소극장 연극이 부활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부산에 있는 30여 개의 소극장 가운데 거의 절반이 도시철도 수영역과 경성대학교 인근에 분포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문화 기획자들이 이 지역을 서울의 대학로처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부산의 소극장들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창작 작업보다는 대관 공연에 주로 힘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이 소극장의 개념을 혼동하게 만들고 있다. 자유바다 소극장 정경환 대표는 “소극장이란 작은 극장이 아니라 창작과 실험, 예술의 전이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말하는 것”이라며 “서울에서 흥행한 작품이나 창작과 실험 정신이 없는 공연을 위해 무대를 내어주는 것은 진정한 소극장 연극의 의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상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순수예술로서, 열악한 현실을 치열한 창작 열정으로 버텨 온 것이 소극장 연극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창작 작업에 매진하기는 힘들다. 강원재 대표는 “연극은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부산의 공연 사례를 보면 대중에게 인정받고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제작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관객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미 크게 흥행한 상업연극이 부산에 너무나 많기 때문에 관객들은 굳이 소극장 연극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한결아트홀 김성배 대표는 “가볍게 한 번 웃을 수 있는 연극도 필요하지만 그것에만 관심이 집중되면 소극장 연극은 나아갈 길이 없다”며 “고유의 색깔과 목소리를 가지고 공연하는 이들의 작품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관객 못지않게 연극인들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강원재 대표는 “대중의 인식이 높아지길 바라기 전에 연극인이 먼저 직업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두 결국 이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원재 대표는 “각 극장이 모여 현재 연극계 현실에 대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머리를 맞대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자주 열려야 할 것”이라며 “소통과 협력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극장끼리 협력을 해야만 뛰어난 기획력이 생기고, 대중에게 더욱 쉽게 다가갈 방안들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소통과 홍보를 위해 매년 ‘부산소극장연극페스티벌’을 열고 있기도 하다. 김성배 대표는 “관객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소극장별로 각자의 특색 있는 공연을 선보이려는 취지”라며 “연극의 질도 중요하지만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호(명지대 문화예술) 교수는 “극단 측은 일상을 벗어나 연극을 보러 오는 관객의 니즈를 분명히 알고, 관객들은 노력하는 극단의 진심을 알아준다면 바람직한 소극장 연극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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