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가작

접시꽃 향기로 깊어가는 새벽이다.

적요한 달무리의 유영에 눈을 감고
풀벌레 우는 소리에 귀를 열고
지난봄의 손톱을 가만히 쓸다가
설익은 대추의 낙과에 눈을 뜬다

고동이 멈춘 세로(細路)에 햇귀가 비추고
이내 낯설은 것이 흐른다.

흐르고
흐르고
흘러
푸른 열매는
흙내 나는 밭을 지나
비구니의 곁으로 간다.

그 어린 날의 대추는
합장하는 두 손 앞에서
붉게,
주름지며,
익어간다

접시꽃 향기가 옅어지는 아침
그 날의
붉은 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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