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2002년 대선을 앞둔 한 토론회에서 예비 후보가 했던 이 말은 전 국민에게 유행어처럼 번졌다. 이후 12년이 흘렀다. ‘대학생을 위한 학자금 대출’, ‘대학생을 위한 장학재단’ 등‘ 대학생을 위한’ 국가 정책과 금융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은 어떠할까. <부대신문>이 우리학교 학생들의 생활비 현황과 경제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나섰다. 지난 11일부터 3일간 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우리학교 학생 329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뢰도 95%, 오차범위 ±5%)

  

   
 

  주거 형태에 따라 생활비 다라져

 대학생 월 평균 지출 금액은 56.13만 원으로 나타났다. 지출 항목 중 월 평균 식비가 18.05원으로 집계돼, 품위유지비 7.88만 원, 문화생활 6.13만 원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를 보였다. 식비가 전체 지출액의 32.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생활비는 주거 형태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학생(218명)의 월 평균 생활비는 48.23만 원으로 집계됐지만, 월세를 내는 자취 및 하숙생(97명)의 월 평균 생활비는 74.34만 원에 달했다. 특히 자취 및 하숙생들의 생활비에서는 주거비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매달 평균 34.66만 원을 월세로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문정(무역 2) 씨는 “월세는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항목”이라며 “한꺼번에 목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더 부담된다”고 말했다.

  

   
 

학생 53.2% 생활비 부담돼, "식비가 문제"

우리학교 학생 중 절반 이상이 매달 지출되는 생활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비에 대한 부담감을 느낍니까?’라는 질문에 14.9%(49명)가 ‘부담감이 크다’고 답했고, 38.3%(126명)가 ‘어느 정도 부담감을 느낀다’고 답한 것이다. ‘생활비 중 가장 부담을 느끼는 항목’을 묻는 질문에는 49.2%(162명)의 학생이 ‘식비’라고 답했다. 박주영(음악 1) 씨는 “매 끼니를 학생 식당에서 해결할 수만은 없어서 종종 학교 밖에서 밥을 먹는다”며 “음료라도 한 잔 마시면 한 끼 식사 가격이 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고 말했다.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부모님의 용돈으로 생활하고 있는 학생이 66.3%(218명)로 많은 수를 차지했고, 아르바이트 등 개인적 수익 활동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는 학생은 30.1%(99명)로 나타났다. A(건축공 3) 씨는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것이 죄송스러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커지는 부담감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감도 늘어났다. 4학년 중 ‘생활비 부담이 크다’고 답한 학생은 29.4%에 달했지만, 3학년은 18.1%, 2학년은 12.0%에 불과했다. ‘생활비 부담으로 휴학을 생각한 경험’, ‘대출 경험’을 묻는 질문에 대해 ‘있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많아졌다. 대출한 경험이 있는 학생의 비율은 35.3%로 1학년의 5배에 달했고, 휴학을 생각한 경험이 있는 4학년 학생의 비율(25.5%) 또한 1학년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고학년일수록 사교육을 받아 본 경험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사교육비를 지출한 경험이 있는 학생은 전체 62.3%(205명)로 집계됐으나, 4학년은 대부분 사교육비 지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학년의 80.4%(41명)가 사교육비를 지출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임달원(기계공 4) 씨는 “기업에서 원하는 스펙 중 영어 점수는 기본”이라며 “토익 교재 값과 토익 응시료는 사교육비에서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학생, 등록금 부담 존재했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학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부모님의 지원’이 46.2%(152명)로 가장 많았다. ‘장학금’으로 학자금을 해결 학생도 35.6%(117명)이나 됐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사립대 학생에 비해 비교적 적은 등록금을 납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은 적지 않았다. 등록금에 대한 부담감을 묻는 질문에 31.9%(105명)의 학생이‘ 부담감을 느낀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사회에 발은 내딛은 지 몇 년 되지 않은 학생들이지만 이미 대출을 경험한 사람도 있었다. 22.5%(74명)의 학생이 대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신시내(무역 2) 씨는 “집안 사정 상 등록금과 생활비 모두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며 “졸업까지 대출금이 1,200만 원정도 될 것 같은데 취직 후에 차차 갚아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경제 환경과 개인의 성공 연관 있다" 85.7%

학생 중 85.7%가 경제 환경이 개인의 성공 여부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적 환경이 개인의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36.2%(119명)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49.5%(163명) 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것이다. 생활비에 부담을 많이 느끼는 학생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려졌다. 생활비 부담이 크다고 답한 학생 중 55.1%(27명)가 ‘경제 환경이 개인의 성공 여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답이 40.8%(20명)로 뒤를 이었으나, ‘영향이 적다’ 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답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우지은(불어불문 1) 씨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옛말”이라며 “아무래도 경제적 여유가 뒷받침되면 개인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커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학생들은 직업 선택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에 따라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 선택 시 ‘고용 안정성’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답한 학생 중 76.8%(76명)가 진로 계획으로 ‘공무원 및 공기업’을 선택했으나, ‘금전적 보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생 중 72.2%(39명)는 ‘사기업 취업’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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