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5마리의 개가 실험실에 모였다. 연구자들은 개를 쓰다듬고 열심히 놀아준다. 곧이어 개의 이름을 불러 집중시킨 뒤 눈앞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놀랍게도 그 중 25마리에 달하는 개가 연구자들을 따라 하품을 했다. 주목할 점은 생후 7개월 이후의 강아지일수록 하품을 따라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개는 생후 7개월이 된 시점부터 감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연구돼있다. 스웨덴 룬드대학교 연구자들의 실험이다.

2. 갓난아기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태어난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갓난아기라도 마주 보는 사람의 얼굴 모양을 모방할 수 있다. 눈을 크게 뜨면 아기도 따라 뜨고, 입을 벌리면 아기도 따라 입을 벌린다. 아기는 이러한 모방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간다고 한다. 가장 가까운 부모와의 관계도 이렇게 시작되는 경향이 강하다. 일종의 의사소통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3. 개나 소나, 심지어 아이도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이, 요즘은 아주 뒤틀린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명 ‘카톡폭력’은 아주 쉽게 일어난다. 가령 친구를 놀렸을 때 기분 나빠하는 친구의 표정을 보며‘ 내가 잘못했구나’라며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 채팅방에서 자신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는 다른 친구들의 반응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최근 초등학생들의 스마트폰 상에서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다. 대화할 때 오직 텍스트의 전달만 이뤄지는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는 눈빛, 표정, 몸짓 등의 제2 언어는 철저히 배제되는 ‘완벽한’ 공간이다.

4. ‘세월’이 바다에 가라앉아 시간이 멈춘 지 209일째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하는 유가족들의 외침과는 상반된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세월호 인양 논의를 시작했다는 기사를 내보냈고, 심지어 세월호를 인양하지 말고 바다 속에 내버려두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인양하는 것마저 시간 낭비, 사회적 비용 낭비라는 것이다. 아마 지금 그들은 원초적 본능에 충실한 하품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루함의 하품을. 그래서 필자는 그들에게 “피해자가 당신의 가족이었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을 수 없다. 혹여 묻는다해도 돌아올 대답은 불 보듯 뻔하다.

5. 멀리 있는 일은 아니다. 오는 25일, 26일. 제47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일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어김없이 문제가 되는 것이 투표율이다. 우리학교를 비롯한 전국의 대학은 50%라는 투표율을 채우기 위해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학교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이 미달되는 상황을 대비해 연장 투표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을 대표해 활동하기 위해 존재하는 총학생회를 뽑는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다. 그저 눈앞의 놓인 과제를 처리하는 것이 급하고 학점이 우선이다. 바로 내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내가 직접 겪지 않는 한 느끼지 못한다. 나의 일이 아닌 것이다.

6. 어느 순간부터 우리에겐 능력 하나가 결여되어 있다. 일부 정서장애인의 이야기이거나 흉악한 사이코패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전염된 하품을 하고, 얼굴을 마주보며 표정을 따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독자들에게 희망을 걸어본다. 이 모든 일들을 ‘공감’할 수 있나.

   
 이혜주 대학‧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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