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나라 외딴 곳에 우리나라 문화재가 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 문화재는 ‘눈요깃거리’ 혹은 ‘골칫거리’로 전락해버리곤 한다. 하지만 반출된 문화재가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정작 환수가 되더라도 추후의 관리와 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과연 해외에 반출된 문화재는 얼마나 많으며 그 이후의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부대신문이 짚어봤다.

 

우리 곁으로 돌아온 문화재, 얼마나 될까

세계 곳곳에는 우리나라의 문화재들이 산재되어 있다. 문화재청과 관련 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프랑스 등 20개국에 총 15만 2,915점의 우리문화재가 유출되어 있는 상태다. 이 가운데 일본에서 확인된 것이 6만 6,824점으로 가장 많고 이 밖에도 미국에 4만 2,293점, 독일에 1만 792점 등으로 현재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의 수는 보통의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 대부분은 약탈로 반출된 것이다. 문화재의 해외유출은 19세기 말 서구 제국주의 열강과 일제에 의해 빈번하게 이뤄졌다. 물론 외국인들이 돈을 주고 구입해간 것이나 선물을 받아 자신들의 나라로 가져간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약탈을 통해 유출됐다.

지금까지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가 우리나라로 되돌아오는 경로는 △정부가 협상을 통해 △외국 정부의 기증 △민간인들의 기증 △외국 경매시장에서의 구입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1955년 이래 현재까지 환수된 문화재는 9,760점으로 해외 반출 문화재의 6.3%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환수 속도가 더욱 더디다. 지난 5년간 환수 실적은 27건에 불과하다. 모두들‘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를 환수하자’고 외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거의 전무한 상태다.

 

 

‘돌아오면 무얼하나’ 체계적인 추후 관리 필요해

어렵게 돌아온 문화재임에도 관리 및 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환수 이후의 명확한 절차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떠돌이’ 신세가 되기도 한다. 문화재보호법 제62조에 따르면 정부에게 환수된 문화재는 국가소유이며 국가소유 문화재는 문화재청이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실제로 국외 문화재가 반환될 경우 원 소재지와 국립박물관 등 어디에 보관할지를 두고 내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상황이 판이하게 다를뿐더러 구체적으로 명시된 규정이나 지침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에 환수된 ‘조선왕조실록오대산 사고본 47책’의 경우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보관되어 있는 상태다. 당시 일본 도쿄대학교가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기증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47책’은 법에 따라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전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따라 원소재지인 평창군과 계속해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서울대학교 간의 논의는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음에도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렵게 환수된 문화재임에도 지정문화재로 선정되지 않을 경우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비지정 문화재는 소유자 관리 부실이나 각종 개발행위로 훼손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보존가치가 높은 경우 신속한 지정과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 2011년에 환수된 조선왕조의궤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가치가 높은 문화재이다. 10여년의 협상 끝에 어렵게 되찾았지만 국가지정문화재로는 3년이 지나도록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 밖에도 지난 2004년부터 10년동안 4,732점의 국외 소재 문화재가 환수 됐지만 대부분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 10년 동안 환수 문화재가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에 지정된 적은 단 5건(52점)으로 전체의 1%에 불과한 것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조사연구실 강임산 팀장은 “환수된 문화재는 일반 문화재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며 “국가 문화재로 지정하는데 구체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많아서 미뤄지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지금 필요한 건 ‘국민들의 관심’

‘냄비’처럼 타올랐다 꺼지는 국민들의 관심은 문화재 관리 부실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국외 소재 문화재에 대해 환수 이전에는 많은 관심을 가졌다가 정작 환수가 된 이후에는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것이 현실이다.약탈문화재반환운동추진위원회 윤성종 단장은 “환수된 문화재 중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크다”며 “당연히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문화재의 관리가 더 잘 이뤄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환수된 문화재를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빈도도 낮은 편이다. 환수 문화재를 공개하는 것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의 관심 여부에 따라 박물관의 문화재 관리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지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환수된 문화재의 31%인 1510점을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전시된 환수 문화재는 219점으로 전체 환수 문화재의 14.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수 이후 국민들에게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문화재가 전체의 85%를 차지하는 셈이다. 김문식(단국대 사학) 교수는 “문화재를 전시하면 수장되어 있는 문화재보다 더 관리를 잘 하게 된다”며 “국민들의 관심도

꾸준히 받게 되므로 이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는 크다”고 전했다. 환수된 문화재가 잘 활용되어야 남은 문화재들을 되찾아오는 데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환수 받은 문화재가 잘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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